여행업계, 전문적인 경험 꼭 필요

신종코로나 위기상황 잘 견뎌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 갖게될 것

▲ 이상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은 여행업이다. 여행업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2001년 9월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동시다발 자살테러 사건인 9·11테러, 2002년 11월에 발생해 2003년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2000년대 후반 미국의 금융시장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파급된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2년 4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시작, 아시아까지 확산돼 우리나라에는 2015년 5월 첫 감염자가 발생되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 일본여행 보이콧 등 여행업계가 흔들리는 큰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땐 흔들리는 와중에도 여행 떠날 사람은 여행을 떠났고 출장 떠날 사람들은 출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번 신종코로나는 업계 모든 이들이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할 정도로 1월부터 시작된 여행 취소가 2월에 이어 3월까지 계속됐다. 본인도 한 달 내내 사무실에 출근해 그동안 예약한 여행상품을 취소했다. 국제운송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IATA여행사들은 발권한 해외출장자들 항공취소나 변경으로 평소보다 더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일한다고 바쁜 게 아니라 그 동안 일한 것을 취소한다고 바빴던 잔인한 봄이었다.

여행업은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이나 중개업으로 생각하고 쉽게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쉽게 창업하는 만큼 쉽게 망하는 경우가 많은 분야가 여행업이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서비스업이 아닌 전문적인 경험이 필요하고 고객의 모든 정보를 알 수밖에 없는 업종이기에 윤리적으로도 잘 갖추어진 인성이 필요한 업종이 바로 여행업이다.

하지만 그 동안 편의점을 내주듯 신고만 하면 쉽게 여행업을 할 수 있도록 돼있어 경험 없는 여행사를 선택해 여행을 망치고 손해 보는 고객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1999년 1월 여행업 사업자등록증을 낼 때만 해도 울산엔 전세버스업체를 포함해 여행업체는 총 12개 뿐이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200여개가 넘는 여행사가 울산에 등록돼 있고, 등록된 여행사 중에서는 비전공자들이 많다보니 업무 능력 부족으로 고객들에게 멸시를 당하는 업체까지 생길 정도로 업계는 비상상태다.

여행사 창업을 하고 싶다고 참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한다.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어릴 적부터 여행 떠나는걸 좋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여행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필자는 말한다. 꿈이 여행가라면 다른 직업을 선택해 돈을 많이 번 뒤 여행을 떠나라고.

여행사를 운영하려면 내가 여행을 떠나기 보다는 고객이 여행을 떠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고객을 보면서 내가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여행사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가는 꿈이지만 여행사 운영은 현실이다.

신종코로나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는 게 여행업이다. 힘들 때마다 떼쓴다고 나라에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또 능력과 경험이 있는 여행사가 살아남는 것이다.

시인 류시화가 인도 여행 중 겪었던 이야기다. 인도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해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판에 이름이 비슷한 음식이 있기에 맛이 어떤지 식당주인한테 물었다. 예를 들어 자장면, 자장밥처럼 비슷한 이름이었을 것이다. 어떤 맛이다 이야기를 해줄 거라 기대했는데 식당주인은 “지식은 돈으로 살 수 있어도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음식 둘 다 맛보고 다음부터는 본인 입맛에 맞는 걸로 시켜드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식당 주인의 철학적인 말과 상술에 감동이 느껴졌다.

여행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필요한 업종이다. 신종코로나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지만 잘 견디다 보면 이번 위기가 가장 큰 기회일 수 있다. 이상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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