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규상 천상고등학교 교사

지난 두 번의 내 글이 조금 까칠했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은 주위 사람들이 학교 그만둘 거냐며 핀잔을 준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개학 후의 유쾌한 학교생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3월 말인 지금도 우리는 아이들 없는 학교를 경험하고 있다.

이미 세 차례 개학이 연기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 개학’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더니, 그 지침을 담은 공문이 내려왔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오늘, 원격교육 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다들 처음이니 그 내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고의 버퍼링이 잦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떠오르는 다른 생각과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몰려드는 걱정으로 잠깐씩 멍해졌다. 그러다 드는 생각. 어째서 우리의 회의는 늘 언론 보도를 뒤쫓을 수밖에 없을까? 개학 가능 여부, 온라인 개학 방법 등과 관련한 수도 없는 공문과 언론 보도에서 왜 교사의 의견은 소외되어 있을까?

나는 교사들만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 여러 개에 속해 있는데, 개학과 관련한 기사가 뜨면 동시에 그 기사를 공유하느라 왁자지껄하다. 아무도 미리 알지 못했고 그래서 다들 걱정만 앞세운다. 학교 현장에서 쉬이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도 4월6일 개학 여부로 왈가왈부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언제 모이냐며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온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온라인으로 내보내야 할지 난이도가 꽤 높은 과제이다.

처음 겪는 개학 연기 상황에서 모두가 힘든 것은 당연하겠기에 완벽한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개학을 어렴풋하게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개학을 한 달 넘도록 연기하는 동안 교사들이 연수를 듣게 하고 그 운영 계획을 수립하게 해야 했던 게 마땅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과 이로 인한 원망은 학생, 학부모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에게로 향하기 쉽다. 그것도 교사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만 권한을 제대로 주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만 오롯이 지우는 건 곤란하다. 일생에서 학교라는 곳을 학생으로서 누구나 직접 겪어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우리 교사를 부당하게 공격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그래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교사를 일하지 않고 돈을 받는 집단으로 표현한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발언은 유감이다.

이번 글도 불편한 말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누구에게든 묘수가 있겠는가. 그저 다들 자기 몫의 일을 묵묵히 하기에 학교는 돌아간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우리는 마냥 아이들을 기다릴 뿐이다.

손규상 천상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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