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김구 선생께서 귀국해서 처음 쓴 휘호가 ‘국민염치’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적당히 꼼수를 발휘해 자기 안위가 우선이었던 잔재를 청산하고 격동기 국가 기반을 바로 세우기 위해 쓴 휘호였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염치는 청소년들이 말하는 ‘쪽 팔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또 같은 의미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염치 있게 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실천하면 쉽고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면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쪽 팔리게 무단횡단 하고, 신호위반 하고, 청탁하고, 공직의 자리를 이용해 욕망을 채우는 등 염치없는 행위들을 많이도 한다.

우리가 염치 있어야 하는 이유는 부패한 타인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렴하지 못함이 사회에 미치는 불편함 때문이어야 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며 당당하게 살자는 것이다. 자존심은 남이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총선 시즌이 되었다. 본인만 정의롭고 깨끗하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게 쪽 팔리지 않은지 아직도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을 얕보는 후보들이 있다. 제발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국민을 위해서, 국민이 원해서’라는 말을 하지 마라. 원하지 않은 국민을 기만한 죄까지 덤으로 별을 달아주고 싶으니까.

원칙과 염치없는 자에게 ‘자존심’을 찍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시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지킬 마음 없이 공약만 남발하는 것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후보가 제안하는 정책과 공약이 ‘양심(良心)’인지 ‘양심(兩心)’인지 살펴보고 후회하지 않은 투표를 해야 공범이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어긋나더라도 나한테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이는 자존심을 버리고 청렴하지 못한 선택으로, 결과는 유권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후보의 진짜 자존심은 바로 대의(大意)로 밀어주는 유권자 앞에서 쪽 팔리지 않은 당당함이다.

자유로운 나라에 살고 싶으면 양심(良心) 지키면 되고, 양심 지키면 자존심은 늘 안녕이다. 안녕하지 못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공공에 민폐가 되지 않는 것이 자존심의 시작이고, 그걸 잘 지켜야 쪽 팔리지 않은 상식적인 나라인 것이다.

설마 찍을 사람 없다며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는 건 아닌지, 대안 없이 불만만 표출하는 염치없는 행위는 아닌지.

코로나19 재난 선거대비를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철저히 준비한다고 하니 의무이자 소중한 권리를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시민이 살맛나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첫 걸음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자유를 누리고 권리를 행하려면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된다. 상식과 염치를 아는 사람이 더 존중받을 수 있도록 4월15일 쪽 팔리지 않는 자존심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코로나19로 갑자기 닥친 재난상황을 이겨내는 건 정말 어렵지만 그 어려운 걸 잘 해내고 있지 않은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는 아침이 언제 올까 싶지만, 밤이 깊을수록 여명은 밝아오는 것.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긍정의 힘을 모으자.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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