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은녕 울주군의회 의원

선조들이 남긴 유산인 문화재들은 지역의 자랑거리가 된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에서 국가가 직접 지정한 국보급 문화재라면 더할 나위 없다.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긍지와 정체성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국보의 위상. 그것이 세계유산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암각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도 벌써 반세기다. 7000여년 전 그 일원에 살았던 선사인들의 생활상이 바위 벽면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어 그 가치는 단연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1965년 사연댐 건설에 따른 침수,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의 탁본 행위 등으로 반구대암각화의 훼손은 오랜 기간 자연풍화로 마멸된 것보다 발견 후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더해졌다.

울산이 광역시 승격 이전인 1995년 6월24일 국보로 지정되면서 관리를 받고 있으나, 물에서 건져내기 위한 답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논의만 25년째다. 영구보존방안에 대해 쉼 없이 논의되었어야 할 수십년의 기간은 ‘보존이 먼저냐, 대체수원 확보가 먼저냐’라는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입장 차만 확인하며 허무하게 흘러 보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부터 3년 동안 진행된 가변형임시물막이(카이네틱 댐) 사업은 지우고 싶은 역사가 됐다. 시간과 예산, 행정력까지 낭비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절차 역시 2010년 잠정목록에 오른 뒤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말에는 잠정목록 다음 단계인 우선목록 등재를 신청했지만 이마저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우선목록 등재가 된다 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 우리 스스로가 보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어찌 그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지역민의 자긍심이 되어야할 반구대암각화가 되레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답답함은 시민들 몫이 됐으며, 시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알리고, 보존대책을 외치고 있다.

필자의 발의로 최근 울주군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울산광역시 울주군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관리에 관한 조례안’도 이처럼 반구대암각화의 가치 홍보를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해온 시민들의 노력을 조례라는 결과물로 만든 것이다.

물론, 문화재보호법상 단순 관리주체인 울주군에서의 해당 조례의 제정과 시행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있었지만 반구대암각화의 보유 지자체로서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 정책에 대한 의지와 방향성을 담은 기본조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례를 만들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주신 지역 주민들과 시민모임 관계자, 그리고 적극 협조해 주신 동료의원들께 감사의 뜻과 지역 의원으로서 일찌감치 챙겨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 전한다.

해당 조례를 바탕으로 한 보존과 교육·홍보, 자문위원회 등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 활동에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또한 울주군도 단순관리주체로서의 지위를 넘어 문화재청, 울산시와의 동등한 입장에서 정책결정에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시켜 나갔으면 한다.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그 진정성을 잘 보존하여 온전히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에 해당 조례가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도 높여줬으면 한다. 허은녕 울주군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