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수많은 생명들이 빛이 되어 반짝인다. 어떤 것은 꽃으로, 어떤 것은 꽃처럼. 사물이 빛으로 반사될 때 우리는 이것을 색으로 인식한다. 빛에는 색이 없어 본래 공(空)한 것이나 4월의 들판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것은 사물에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빛의 파장이 색(色)으로 구분되는 것은 순전히 내 의식의 소산이다. 형형색색 눈부신 4월이다. 연두는 먼 산을 향해 달려가고 들판은 싱그러운 빛으로 가득하다.

4월의 빛은 여리나 돌출되지 않는다. 연두는 지난 가을의 빛 속에서 돋아나 현재의 빛이 되고 이들은 서로서로 스며들어 내일의 꽃이 되니, 4월의 들판에는 삼세(三世)의 빛이 공존한다. 공존하여 조화를 이루니 4월은 아련히 물결 같고, 빛은 물결처럼 바람에 나부낀다. 아, 빛나는 4월이다.

빛에는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인간의 뇌는 계속해서 빛을 살피고 빛과 상호작용하도록 진화했다. 생명과 빛이 만나면 생명체의 내면에는 광자가 번쩍이고 풍성한 색채의 변화를 쏟아낸다(노먼 도이지, 스스로 치유하는 뇌. 동아시아2018). 빛의 다양한 파장이 그 주파수에 따라 살아있는 생물 내에서 각기 다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Karel Martinek and Ilya Berezin. 1979). 어떤 것은 비타민을 합성하고 또 어떤 것은 우리 몸의 효소를 자극한다. 낮에 쬐는 특정 파장의 빛은 밤에 수면유도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원활하게 한다. 불면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빛은 다양한 파장을 지녔다. 이것이 반사될 때 빛은 색이 된다. 빛이 지닌 고유한 진동과 정보는 인체의 기능을 증강시킨다. 빨간 빛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생기를 북돋우고, 초록은 자율신경을 정돈하여 뇌의 컨디션을 회복시킨다(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05).

‘인간에게 절실한 것은 모두 아름답다’고 했다.

빛나는 4월이 저렇게 아름다운 이유도 4월에 반사되는 다양한 빛의 파장이 망막과 살갗을 뚫고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내 몸속에서 일으킬 태산 같은 공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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