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세계 금융위기 즈음인 2009년 수준으로 폭락했다. 울산은 대한민국 수출의 전진기지이자 제조업의 메카 같은 곳이다. 그런데 울산의 체감경기가 한순간에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체감경기의 폭락은 단도직입적으로 코로나19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지역 제조기업들은 10곳 중 6곳이 코로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대답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경색돼 가는 자금을 풀고 기업조사 등을 유예시키는 것이다. 기업들이 급박한 한계점을 넘어도록 모든 지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울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전분기보다 6p 하락한 6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2분기(BSI 5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중 사드갈등, 미·중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때도 BSI 지수가 70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러던 자동차가 코로나 사태와 동시에 된서리를 맞았다. 우한의 부품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울산공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번 타격을 입은 자동차는 쉽게 수출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특근 등을 통해 생산차질을 만회한다는 방침이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의 수요 급감으로 글로벌 차 생산량은 오히려 최대 16%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LNG선박 발주가 증가하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뤄진 발주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해상 물동량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도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요부진으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더욱이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번져가면서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등의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국경 봉쇄와 소비심리 위축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을 급속도로 얼어붙게 하고 있다.

울산지역 제조업체 체감경기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 제조업체들의 생산품들은 대부분 수출품이기 때문에 국경봉쇄 등과 같은 코로나19 관련 조치들은 울산지역 수출에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기업­중소기업, 내수­수출, 금융­실물에 관계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자칫 금융경색에 빠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울산은 모기업과 부품업체간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있어 대기업이 못 버티면 울산지역 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자금경색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단단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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