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n번방 사건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거한 140명 중 20대가 7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0대가 25명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이외에도 청소년들의 성범죄는 늘고 있으며, 예전보다 잔혹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윤리적인 뇌’라는 표현은 얼핏 이상하게 보이지만, 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의 저서 제목이다. 가자니가는 <윤리적인 뇌>에서 인간이 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 즉 인간 두뇌의 특징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도덕적 행위는 뇌가 아닌 인간이 하며, 책임은 두뇌가 아닌 인간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

행위를 하는 주체는 두뇌가 아닌 인간 자신이다. 그럼에도 두뇌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능력이 아닐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신경과학이 알아낸 사실은 인간의 두뇌 중, 앞이마 부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가 충동을 억제하고,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전전두엽 부위 안의 신경망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일정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전두엽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이 부위가 팔과 다리 근육처럼 더 튼튼해질 수도 안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해준다.

전전두엽 부위의 신경망이 촘촘해지려면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그대신 부모와의 스킨십을 동반한 놀이 활동과 체육 활동을 자주 해야 하며, 독서를 습관화해야 한다. 이것이 ‘윤리적인 뇌’를 만들어주는 지름길이다. n번방 사건은 다시 일어 날 수도 있고, 더 끔찍한 성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 내 아이, 우리 주위의 어린 아이들이 혹시나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과하게 노출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윤리적인 뇌’를 위해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자.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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