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에 기대 변태 성욕 발산
18세 이전 문제 생길 가능성 커
가정·학교 지속적 성교육 필요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4년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이 생각난 것은 n번 방 사건 때문이다. 밀양 사건은 44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여중생 1명을 1년 동안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그 내용은 잔혹하였는데도 전과 기록이 남은 가해자는 한 명도 없는 솜방망이 처벌로서 대한민국이 성범죄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사건이었다.

이번에 n번 방 운영자였던 ‘왓치맨’에 대해 검찰이 3년6개월을 구형하였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에 대한 구형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인지 염려된다. 그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여성을 유인한 후 신상정보를 이용해 협박하며 셀카를 찍어 보내게 하여 피해자를 자신의 성노예로 착취하였다. 피해자의 몸에 ‘난 조주빈의 노예이다’라고 쓰도록 했고 성폭력을 당하도록 지시했다. 유료로 가입한 이들에게도 노리개가 되도록 치밀하고 잔혹하게 다루었다.

100명 이상의 피해자 중 10대가 가장 많은데 어린 그녀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피해자는 우울증 이외에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봐 극도의 불안증을 앓게 되며 죄책감까지 동반한다. 자존감이 무너진 피해자는 자신이 그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두려움까지 드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았기에 당한 것이어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 달리 성범죄에 관대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인격살인을 당한 그녀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가 없을 것이고 자살의 충동을 억제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살아갈 것이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의 가상공간에서 ‘이 노예들은 절대 신고를 할 수 없다’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금액에 따라 더 강한 변태적 성폭력을 하도록 부추겼고 가입자들은 이를 즐겼다.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 청원이 200만 명이 넘고 있기에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실수로 그 방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진을 저장하여 유포한 이들이 있고 적극적 가담자들이 있는데 그녀들에 대한 착취에 동참한 것이다.

모두 멀쩡한 사람들일 텐데 익명의 공간에서는 이처럼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태성욕은 사람과 대면하지 않아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온라인에서 욕구를 발산한다. 평소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지내지만, 성(性)에 대한 이중성을 가진 이상심리자들인데 거의 남성이다. 성도착증으로서 부적절한 대상과 상황에 대하여 강렬한 성적 욕망을 느끼고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관음증, 의상도착증, 성적가학증, 소아기호증 등이 있다. 역겨움이나 분노를 느껴야 할 사진에 흥분을 느끼고 중독이 되는 이들은 18세 이전에 이 문제가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음란물을 즐기며 변태적인 성 개념이 만들어졌겠지만, 그 핵심은 정상적인 사랑을 영위하는 능력의 문제이다. 이성과 친밀하고 깊은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깊은 교감을 이루지 못하니 사랑이 곧 식어버리고 관계 유지를 못하며 또 다른 여성이나 자극을 찾게 된다. 농밀해지는 관계에서의 행복보다 표피적인 것에 즉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관계유지장애인들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성범죄자의 예방이 중요하다. 공감과 깊은 교감을 해 본 아이는 잔혹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넘쳐나기에 혹시 우리 아이는 돈이면 다 된다는 가치관이 심어지지 않았을까? 유순한 아이가 익명의 온라인에서는 엄청난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오프라인처럼 인격을 유지하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미래에 음란물 유포나 온라인 성범죄자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깊은 교감과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남성이 불만과 변태적 성욕을 돈으로 만족하려는 미숙한 행동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걱정이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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