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울산 동구 한 아파트 13층에서 불이나 집에 있던 9살 동생이 숨지고 18살 형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형은 이날 친구와 함께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인근 편의점으로 가 음료수를 샀다. 그리고 돌아선 순간 집에 불이 난 것을 보았다. 부리나케 아파트로 올라갔으나 불은 이미 크게 번져나갔다. 형은 잠자고 있던 동생을 베란다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고, 형은 베란다 창틀에서 매달렸다가 추락했다. 형제의 부모는 생업 때문에 집에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탓에 부모는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이번 화재는 단순한 화재사건을 넘어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울산은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수주난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동구 일대의 상권은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고 있다. 거기다가 현대자동차는 기존 내연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일자리가 하루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월 중순부터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산업은 초토화되고 있다. 끝없는 경제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사람들은 공포를 지나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엔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살아보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8일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은 이런 서민들의 희망을 짓밟아버린 사건이다. 한 가족의 참사인 동시에 코로나19를 겪는 우리나라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날 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된 상태였다. 아버지는 식당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들자 투잡을 뛰며 식당에서 자는 일이 잦았다. 어머니는 경주에서 직장을 구했으나 집에는 자주 오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형제는 부모도 없는 집에서 고스란히 봉변을 당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많은 가정이 알게 모르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재난기금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말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복지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지, 그리고 길거리에는 실업자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제2의 ‘형제 화재 사건’이 또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얼마를 누구에게 주느냐를 갖고 논란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따라잡는 ‘코로나19복지’가 시급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살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국가와 지자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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