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가적 위기 맞은 서방국가들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인 자세 안타까워
한국의 성공적 감염조절의 선례 따르길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최근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감염 확산을 보였던 대구와 경북 지역이 진정되고 있어 가까운 우리 울산으로서는 다행히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지만 한 고비를 넘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잠시 주변 상황을 돌아보면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는 진정 국면에 들어간 반면 미국과 유럽은 오히려 더 심한 코로나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최근 외신에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에 감염된 지 10일 만에 상태가 악화되어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감염이 조절되지 않아 영국 전체가 혼돈 속에 있는데 최고 수장인 총리가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영국민들의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총리뿐 아니라 찰스 왕세자, 보건부 장관과 차관도 코로나에 감염이 되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감염에 노출될 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한편, 신종코로나로 지금 가장 힘든 나라는 단연 미국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 코로나 감염자의 셋 중 하나가 미국에서 발생하여 2001년 9·11 테러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을 포함하여 연일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펜스 부대통령을 포함한 관련 보좌진들과 함께 연방 정부의 구체적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홍콩, 대만 그리고 한국처럼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질병예방통제국(CDC)조차 최근 미국인들에게 외출 시 가능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대통령은 선택 사항일 뿐이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본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부정적 답변을 내놓고 있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음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를 보고 있는 필자는 영국 총리의 불행이 또 발생할까 봐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건 지나친 노파심일까?

한편,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이 코로나 감염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보다는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이렇게 우리와 달리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우선순위로 환자와 의료진 사용이 먼저이고 따라서 일반인들까지 마스크를 쓴다면 필수 마스크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 발생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는 우리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답변이라고 본다.

두 번째 이유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사유는 무증상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손으로 얼굴을 더 접촉해 감염 위험성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강변을 펴고 있다.

설사 과학적 입증이 되어있지 않더라도 이런 중대하고 시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성공적인 감염 조절의 선례가 있는데 굳이 안 쓴다는 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대처가 아닐 수 없다. 예방 효과의 가능성이 있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손으로 직접 코와 입을 만지질 않아 접촉 감염의 위험이 적어질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억지와 소극적 권장에 대해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동양과는 달리 서양의 전통에 따라 얼굴을 가린다는 것이 서로 소통하는데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적대적으로도 보일 수 있어 쉽지 않다는 건 다소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마스크 착용을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권고하지 않은 점은 미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뼈아픈 실책으로 역사에 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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