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필 울산시 북구의회 의원

지난해 연말 어린이생명안전법의 처리를 호소하기 위해 어린이교통사고 희생자의 부모들이 국회의원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있었다. 그 장면을 뉴스로 지켜본 국민들이 얘기했다. “왜, 국민이 국회의원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민생을 외면하고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많이 받는다. 더 나아가 국회가 왜 존재하느냐 묻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해답을 내놔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많은 정치인들이 “나를 국회로 보내주면 대신 바꿔주겠다”라고 얘기한다. “1표 달라”고 시장통에서 국민들에게 굽신거리고 다닌다. 그러나 선거 때는 단골이었던 국회의원들은 정작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는 만나기 힘든 존재다. 국민들이 무슨 일이 있으면 정말 어렵게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노동자들이 기계에 끼여 죽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수많은 노동자들은 머리를 깎고, 굴뚝에 오르고 곡기를 끊어가며 통곡하고 있다. 조선소 노동자는 죽어나가는데 재벌들은 회사를 맘대로 쪼개고 팔아치워 자기지분을 늘리고 온갖 불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한다. 일 년에 수십억씩 챙겨가고 회사엔 수백조씩 쌓아놓고도 재벌들은 경제 위기가 다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국민들이 직접 권력을 가져야 바꿀 수 있다. 국민청원을 넘어 국민들이 직접 법을 만들 수 있는 국민발안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잘못하면 끌어내릴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도 있어야 한다. 지금 시대는 인기정치인이 내 삶을 바꿔줄 것을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1표의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의 주인이 될 것이다.

노동자 생존권을 요구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고준위핵폐기물저장소를 반대하는 북구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운명을 결정하고 국회에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도 모두 정치의 주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권력을 가져보지 못했다. 선거 때만, 투표하는 몇 분간만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이 높아진 지금이 헌법 제1조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때다.

21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고 있다. 이제 단순한 국민과의 소통을 넘어 국민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 국민들은 잘못된 대통령까지 촛불의 힘으로 끌어내린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이제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당리당략적이고 선거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낡은 정치세력은 이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없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는 이제 설 자리가 없다. 21대 총선은 국민이 주인이 되어 국회에 명령도 하고 국회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의 국회’가 되어야 한다. 임수필 울산시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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