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통해 학생들 출석 체크
쌍방향 원격수업 진행되자
낯선 환경 탓 학생들 소극적
소리 잘 안들려 소통 한계도
EBS 접속 지연에 한때 혼란
집중도 유지할 방법 찾아야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 가운데 EBS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가 한때 접속장애가 발생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원격수업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준비가 잘 된 것 같지만, 쌍방향 수업의 경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등 교사와 소통의 문제로 불안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짧은 시간 원격수업을 준비한 교사들도 전공과목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온라인 수업에는 비전문가여서 수업준비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 환경에 낯선 학생들
9일 오전 11시 울산시 중구 중앙여자고등학교의 한 교실. 3교시 융합과학 수업 준비를 위해 담당교사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이용해 학생들의 출석을 불렀다. 교사의 부름에 학생들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네”라는 대답을 했다. 이날 3학년 7반 학생 20명 중 18명이 출석했고, 담당교사는 출석한 친구에게 아직 출석하지 않은 친구한테 연락을 부탁하기도 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대화명을 학번과 이름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고, 학생 명단을 일일이 확인한 뒤 출석부에 수기로 적었다. 교사가 수업 진행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들어가면서 손을 흔들었지만 새로운 환경이 낯선듯 학생들은 반응이 없었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면서 적응한 학생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부 집에서 개를 기르는 학생은 마이크에서 개짖는 소리도 중간 중간 들려와 학생들이 모두 웃기도 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의 출결기준을 상세히 설명하고 강의내용을 필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필기 내용은 등교 개학 이후 제출돼 출결 증빙자료로 활용된다.
앞서 울산여중에서도 온라인 클래스를 활용한 콘텐츠 중심의 원격수업이 진행됐다. 영어과목을 듣는 3학년 학생 72명 중 진도율이 0% 나온 학생의 경우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 학교 측에서 확인결과 늦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접속 지연 등 차질 빚기도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은 우려보다는 원활하게 진행됐다. 일부 학교의 교사들은 퀴즈를 내면서 수업을 진행했고, 점수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보답 선물도 준다고 하면서 집중도를 높였다. 채팅 화상의 경우 학생들이 복장 등 여러가지 이유로 화면은 꺼짐으로 해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중앙여고 최부상 교사는 “준비 시간이 짧고 처음이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 3학년은 입시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EBS 콘텐츠를 주로 활용하고, 1~2학년은 실시간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여중의 한 교사는 “전공과목에는 교사들이 전문가이지만, 원격수업은 비전문가일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교사 연수 등을 통해 차츰 적응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낯설어서인지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했다.
중앙여고 김보람 학생은 “처음 해보니까 신기한 점도 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면 집중도 안되고 통제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EBS 온라인클래스는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접속이 지연돼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실제로 울산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원격수업지원센터에는 이날 300여건의 문의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온라인클래스 접속과 관련한 내용들이 많았다. 시스템 지원 문의가 80건, 학생과 학부모 지원 51건, 행정 지원 57건, 플랫폼 지원 50건 등의 순을 보였다.
이날 원격수업에는 오후 3시 기준 중학교 3학년 학생 9861명 중 57명이 미참여했고, 고등학교 3학년 1만455명 중 182명이 미참여 했다. 미참여 사유로는 학생과 학부모가 연락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한 학부모는 “원격수업 첫 날 아이의 수업을 봐주기 위해 지켜봤는데, 일부 학교는 수업시간대로 수업을 해서 출석을 체크했지만 다른 학교의 경우 간단히 영상만 보고 출석 체크하라고 해서 아이들이 몇배속으로 강의를 돌려보는 등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원격수업을 들으면서 간단히 대답만 하면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대면수업보다는 학생의 수업태도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