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석유제품 판매 급감
국제유가 급락 따른 재고 손실
수송비 등 빼면 정제마진 없어
2분기도 적자 지속 가능성 커

▲ 국내 4대 정유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석유제품 판매도 급감하면서 1분기 실적이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 전경. 연합뉴스

국내 4대 정유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석유제품 판매도 급감하면서 1분기 실적이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와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들어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 7개사의 평균(컨센서스)은 1조4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1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액도 10조5000억원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GS칼텍스는 1분기 영업손실이 57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돼 지난해 1분기(3295억원 흑자)보다 이익 규모가 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GS칼텍스는 비상장사로 별도 컨센서스는 없지만, 연결 대상인 지주사 GS의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예측됐다.

NH투자증권은 3일자 보고서에서 GS칼텍스의 1분기 영업손실을 5841억원으로 제시했으며, DB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5841억원으로 전망했다.

S-OIL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4월 발표 6개 증권사 기준)는 6612억원으로 역시 지난해 동기의 2704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 역시 컨센서스는 없지만, 1분기 영업적자가 5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10일 자 현대중공업지주 보고서에서 연결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이 4782억원으로 추정했다.

정유사들의 이런 최악의 실적은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치도 크게 떨어지는 재고 관련 손실에서 비롯한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65달러에서 1분기 말에는 23달러로 65% 급락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만 7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됐고, GS칼텍스의 재고 평가 손실도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정제마진이 악화한 데다 코로나로 수요도 대폭 감소해 적자 규모를 늘렸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0.1달러로 역마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월 0.4달러, 2월 3.0달러, 3월 0.4달러 등에 그친다.

미중 무역분쟁에 중국의 공급과잉 악재가 겹쳤던 지난해 3월의 배럴당 4.5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실정으로 업체들은 설비 가동률을 낮춰왔다.

그러나 코로나로 세계 각국이 이동을 제한하는 ‘록다운’을 시행하는 등 석유제품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 역시 이달 첫째 주에 -1.4달러로 다시 역마진을 기록해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애널리스트는 “2분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유지될 경우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2666억원으로 분기 적자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에 따른 산업활동 축소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원유도입단가(OSP)가 4월부터 전월 대비 배럴당 6달러 하락해 정유 부문 마진은 소폭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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