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사회부 기자

며칠 전 SNS를 통해 한 스페인 교민의 글을 봤다. 외출금지가 시행된 스페인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경우 외출이 허용되는데, 이를 이용해 자유를 찾아 집 밖으로 뛰쳐나온 스페인 시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교민은 “장난감 개를 끌고 나온 남성에 이어 닭에 몸줄을 해 산책시키던 남성이 경찰에 잡혀 벌금을 물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많은 네티즌이 ‘웃픈’ 사연이라며 웃었으나 사실 현지사정을 들여다보면 더는 웃을 수 없게 된다.

스페인은 지난 28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7만2000여명에 사망자는 6000여명에 달한다. 화장터에선 연기가 멈추질 않는다고 현지 언론들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유럽 다른 국가의 상황도 비슷하다. 확진자는 하루에 몇천명씩 늘고 있고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시신을 둘 공간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신종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알려진 직후 동아시아에 퍼질 때까지도 미국이나 유럽 시민들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유럽에서 확진자가 속속 나오며 각 국가가 외출 자제를 권고할 때조차 유럽 시민들은 ‘자유’를 외치며 공원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놀거나 ‘코로나 파티’를 열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시민들을 향해 ‘아무 일 없다는 듯 모여서 놀고 먹고 마신다. 바보 같은 일이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해외에도 모범 사례로 알려질 정도로 여러 면에서 잘 통제되고 있고 국민도 외출 자제 수칙 등을 잘 따르고 있지만 일부 개개인이나 집단의 ‘자유’에 대한 갈망은 여전해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모녀는 자가격리 대신 제주도 여행을 택했고, 한 신천지 신도는 격리시설에서 탈출했다가 붙잡혔다. 수원에서는 30대 영국인 남성이 신종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닷새간 마스크도 안 끼고 수원과 인근 4개 도시를 활보하고 다닌 사실이 밝혀졌다.

예배할 자유를 찾아 교회로 몰려드는 종교인들과 벚꽃이 만개할 때가 되자 격리생활에 지쳐 집 밖으로 뛰쳐나올지도 모르는 상춘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격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한 친구는 기자에게 “넌 직업상 자유롭게 돌아다닐 명분이 있으니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전혀 좋지 않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여러 곳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는 혹시 내가 슈퍼 전파자가 돼 내 가족은 물론 다른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기본적 권리이다. 하지만 그 자유로 인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금만 더 자유에 대한 갈망을 참자. 끝은 온다.

김현주 사회부 기자 khj1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