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등 피아노 소나타 3곡 담아
7월10일 울산 현대예술관 공연 앞둬
지휘자로 유럽무대에 설 준비도
‘방랑자’는 한 곳에 뿌리박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이런 그의 삶이 담긴 작품이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콘셉트에 맞춰서 레파토리 프로그램을 짜는 걸 참 잘하거든요. 근데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는) 고심 끝에 제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른 곡들을 정했어요.”
앨범에는 세 곡이 수록됐다. 우울하지만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기교·파워가 동시에 필요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와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다.
“세 곡은 소나타 형식의 곡인데 악장마다 연결돼 있어 한 악장 소나타처럼 들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베르크 소나타는 한 악장의 곡이긴 하지만 몇 개 주제를 가지고 한 곡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두 곡과 공통점이 있죠.”
그 중 리스트 소나타가 가장 연주하기 까다로웠다고 설명했다.
“길고, 스케일이 커 어려웠던 곡인 것 같아요. 하지만 리스트 같은 경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쳤고, 처음 무대에 오른 게 2011년이었어요. 그때부터 3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올랐어요. 그럴 때마다 저의 해석이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저의 음악적인 관점, 시각도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곳곳을 돌며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쉼 없이 움직이던 그의 시계는 뚝 멈춰 섰다. 최근에 그는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음악과 영화를 보며”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음악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일상 생활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됐죠. 레스토랑 가서 평범하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많이 느꼈어요. (집에서는) 특정 곡을 많이 듣고 있지는 않고 연주자 위주로 듣고 있어요. 에밀 길레스와 브론프만을 듣고 있습니다. 특히 브론프만은 지난해 말에 처음 만나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게 됐어요.”
한편 그는 지난해 통영에서 지휘자로도 데뷔했다. 다시 한번 악단을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는 “유럽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만약 성사된다면 2~3년 안에 해볼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다만 “지휘자로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며 “할 수 있는 레파토리(피아노 콘체르토)는 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 앨범은 “쇼팽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앨범 작업을 많이 하지만 현장 연주가 더 체질에 맞는다고도 했다. 이번 ‘방랑자’ 앨범도 관객 앞에서 친 곡을 베이스로 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