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 휴리스틱 작용하겠지만
결과는 시대정신임 부인할 수 없어
승·패 모두에 교훈과 시사점 줄 것

▲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1992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이 TV 토론을 하던 중 부시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송출됐다. 클린턴은 방청객에게 다가가 한 질문자의 눈을 쳐다보며 경제에 대해 말을 했고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부시는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고 클린턴은 뭔가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게 되어 지지자가 더 늘어나 대통령이 됐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가 2차 TV 토론을 했을 때 힐러리는 빌 클린턴처럼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방청석에 가까이 다가가 질문자에게 눈 맞추며 대화를 했지만 트럼프가 맹공을 퍼부을 때는 점잖게 가만히 앉아 소극적 대처를 했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이 발언할 때 손가락질을 하거나 코웃음을 짓거나 그녀의 주위를 계속 돌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해서 빈축을 샀음에도 핵심 지지층을 사로잡아 승리했다.

이처럼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무엇을 생각하느냐 보다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표심을 나타낸다. 즉 이성보다 감성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한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와 유사한 의사결정을 한다. 사실상 자신은 언제나 매우 합리적으로 이성적 판단을 해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보다 감성에 좌우되는 주먹구구식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 이것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 한다.

인간은 의사결정 시 충분한 정보를 가지는데 한계가 있고, 기억 및 계산 등의 인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현재 상태, 경험과 같은 맥락에 크게 영향을 받아 짧은 시간에 가능한 적은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손쉬운 의사결정을 한다. 예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만으로 판단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해 평가를 할 때 평가 대상을 특정한 부류로 분류해 평가하는 경향도 있으며, 자신의 가치 기준점을 먼저 설정해 두고 거기에 맞춰 점차 조정해 가는 경향도 있다. 게다가 심적 회계라는 것도 한다.

가령 자신은 너무 비싸서 못 산 상품을 하나의 통장을 같이 사용하는 가족이 선물로 사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기뻐한다. 선물로 받은 기쁨이 실제 가격이 가지는 가치보다 크게 작용해 비합리적 판단을 한다. 또 자동차와 같이 고가의 물건을 살 때 목돈을 주고 살 만큼 충분한 돈을 갖고 있다할지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저금해 둔 것이라면 저금의 이자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는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하기도 한다. 저금을 해약해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꿈을 실현하고픈 마음과 희망을 깨뜨리는 것이므로 더 비싼 돈이 드는 할부로 구매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내일은 21대 총선이 있는 날이다. 유권자들은 누구를 뽑고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이미 심적 회계를 하고 휴리스틱 의사결정을 했을 터이다. 나름대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는 이미 자신의 가치 기준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유권자들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대정신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 변화의 분기점이 세월호 사고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지 간에 무능한 리더는 더 이상 뽑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니 정치를 더 알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 모레는 찬 바다 속에서 하늘의 별로 떠난 아이들의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속상하게 지나간 날들이 또 다시 새로운 길을 가게 될 우리 발길의 등불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게다가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현대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들 이 역병은 그 사회가, 그 나라가 가진 드러나지 않았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점 역시 선거에서 휴리스틱 의사결정을 하는데 작용할 것이다. 어쨌든 투표 결과는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에 대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주는 교훈과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황연순 춘해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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