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학술지에
윤병렬 홍익대 교수 해석
“기존 벽사 문양과 전혀 다른
신라인들 창조적 모습 보여”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얼굴무늬 수막새(사진)’는 지난 2018년 11월 기와로는 처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 유물이다.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이 기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철학자인 윤병렬 홍익대 교수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펴낸 계간 학술지 ‘문화재’ 최신호에서 이 물음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해석을 내놓았다. ‘기상천외한 벽사’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려고 만들었되, 기존의 공정이나 모양을 따르지않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완성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거의 모든 귀면문(鬼面文) 수막새는 사악한 악귀를 내쫓고 집안을 수호하기 위해 아주 사납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다면서 “이러한 표정은 악귀가 얼씬거리거나 노략질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태도”라는 정도로 분석하곤 했다.

반면 얼굴무늬 수막새가 보이는 미소는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표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진지하지 않고 경박한, 어떤 저의를 품거나 깐족거리는 웃음은 오히려 초자연적 존재자에게 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수막새의 웃음에는 참으로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뼈대 있는 철학이 있고, 모든 부적절한 웃음을 멀리한 이중 삼중의 초월적 속성이 배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미소에는 적대 행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환대하겠다는 따뜻함이 함축돼 있다”며 ‘나는 당신과 적대 관계가 아니며, 당신을 해코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전략이 내포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기존 벽사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얼굴무늬 수막새에서는 신라인의 창조적이고 해학 넘치는 사유가 발견된다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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