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이제 울산에도 전기차나 수소차가 달리는 모습이 흔한 일상이 되었다.

도심이나 외곽 여기저기에서 전기충전소나 수소충전소를 볼 수 있다. 작년 국내에서 등록한 자동차 중에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률이 2%를 넘었고 올해 1분기 보급량은 작년에 비해 11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소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은 현재 운행되고 있는 수소차가 1,400대이나 2022년까지 7,00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19세기말 다임러 벤츠가 개발하여 세상을 변화시킨 가솔린 내연기관의 독점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석유에서 전기로의 에너지원 전환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IT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차 개발도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GM, 도요타, 현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뿐만 아니라 구글 등 세계 일류 IT 기업도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와 IT기업간 협업도 활발한데 GM은 자율주행 핵심센서 기업인 ‘스트로브’를 인수했고 도요타 등도 스타트업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합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울산시와 세종시가 협력하여 2023년 자율버스를 실증할 계획이고 현대차는 도심공간을 운행하는 플라잉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자율주행차가 2025년을 전후해서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혁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제 단순한 조립제조 기업이 아닌 서비스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들이 나타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의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급격하게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다임러벤츠는 공유서비스 업체인 ‘카투고(Car2go)’와 택시호출 서비스인‘마이택시’를 인수했다. 최근 현대자동차도 미국, 인도 등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업체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전기화, IT화, 공유서비스 등 3대 축을 근간으로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소위 “모빌리티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모빌리티의 혁명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연관산업에 엄청난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석유시장은 축소되고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산업이 확대될 것이다.

배터리는 모바일기기에서 자동차로 시장영역이 확대되면서 핵심적인 부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기계적으로 작동하던 부품이 전기적인 방식으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부품수도 30% 이상이 감소되어 중소부품기업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완성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산업구조는 IT화의 진전으로 수평적인 협력구조로 크게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도시인 울산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의 한가운데 서있다. 울산은 국내 자동차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4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전체 부품기업의 90%가 차체, 의장, 섀시 등 하드웨어 중심의 부품업체로, 전기화 및 IT 관련 기술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울산 자동차 부품기업의 상당수가 미래차 기술변화로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모빌리티 혁명이 스치고 지난 후, 울산 자동차산업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지금 울산의 자동차산업은 재도약과 쇠퇴의 기로에 서 있으며 체계적인 대응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기존 부품의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전기 및 IT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야 한다. 산업생태계도 공장생산 중심에서 기술개발 중심으로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기존 하청 생산체제로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왔으며 부가가치도 높지 않다. 미래 먹거리가 될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해 나가는 기술생태계가 시급히 조성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 연구소, 기업이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으로 기술개발의 컨트롤 타워(R&D Control Tower)를 구성하고 상호 협력할 때 모빌리티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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