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Brindisi(축배의노래)는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많은 오페라 중의 한곡인 La Traviata(춘희)에 나오는 곡이다. 이중창과 합창이 함께 부르는 멋진 무대에서 독창과 합창단원들이 다 출연하여 많은 수의 성악가들이 함께 부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곡이다.

오페라의 1막에서 주인공인 테너 알프레도가 자기와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 비올레타에게 축배를 들자며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 노래를 듣던 비올레타(소프라노)가 알프레도에 답창을 하며 자연스럽게 두 주인공이 함께 노래한다. 이중창이 되어 노래가 이어질 때 파티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합세하여 함께 합창함으로써 이중창과 대규모 합창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전개되는 유명한 노래다.

이 노래가 요즘 화제다. 신종코로나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못하는 갑갑한 상황에 놓여진 가운데 어느 한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시작된 이 축배의 노래가 이웃을 하나로 만드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이탈리아의 어느 아파트에서다. 한 여성이 밖에 나오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하여 자기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축배의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이 노래를 듣던 그 아파트 주민들이 다 같이 자기 집 베란다로 나와 합창 부분을 함께 불렀다. 그리고 합창부분이 끝나면 다시 이 분이 독창으로 이어나가고 또 다시 합창부분이 나오면 동네 주민들이 합창했다. 정말 오페라 같은 이 장면은 어떤 연출자도 없이 기획된 각본 없이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화답한 주민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필자도 수없이 많은 오페라 무대에서 많은 연주를 해 왔지만 그 때마다 연출자의 지시대로 꾸며진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 그러나 꾸며진 무대 없이 자기가 사는 집에서 동네 주민들끼리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연주야 말로 모든 연출자와 연주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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