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 모두가 코로나 전사

지역사회 지키려는 하나된 힘으로

코로나 이기고 일상 돌아갈것 확신

▲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대구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속수무책으로 늘어날 때였다. 아침 일찍부터 진행된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화상회의에서 ‘의료인력 긴급 지원’ 등을 요청하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다급한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아직 울산에는 첫 환자가 발생하기 전이었지만, 두려움이 역력한 권 시장의 안색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전염병의 공포를 어렴풋이 실감할 수 있었다. 동시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한 문장이 떠올랐다.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페스트의 배경지인 오랑시처럼 지난 석 달여 간 우리나라는 코로나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전에 없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시는 대구·경북과 지척인 관계로 발병 초기부터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관문마다 열화상 감지카메라를 설치 운영하는 등 방역에 전 행정력을 집중했지만, 전국으로 퍼지는 초반 확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지역 내 첫 확진자 발생과 울산대병원 의료진의 2차 감염, 이손요양병원 관계자의 확진 사례까지 수차례의 위기가 찾아왔다.

필자는 솔직히 처음 맞이하는 감염병 사태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다고 공공병원 하나 없는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을 탓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시와 지역의 대학병원, 의료기관 등을 총동원하다시피하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역 내 확산 차단에 혼신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 3월15일 이후부터 해외유입을 뺀 지역 내 확진자수가 ‘0’을 기록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중대 고비마다 우리시의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해 준 울산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울산 24번 확진자는 조모상을 치르기 위해 대구를 방문한 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스스로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자가격리를 실천해 주었다. 또, 이손요양병원은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시설 내 집단감염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병원 측에서 선제적으로 ‘주기적 병원 소독 실시’ ‘면회객 통제’ 등을 실천함으로써 집단감염의 우려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울산을 지키는 군부대에서는 지역곳곳에서 제독차량을 운영하여 바이러스와 싸워줌으로써 시민불안을 덜어 주었다. 울산 민방위조직이 주도한 ‘울산시민 방역의 날’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울산의 각 가정과 기업체, 관내 공공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방역 행사로 전국 방송을 통해 방역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굿바이 코로나 울산 방역 정류장’은 중앙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실시될 방역 정류장은 현재 중구 동천체육관 내 주차장에 9개의 방역 부스를 설치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차량과 울산시에 등록되어 있는 택시 등을 방역함으로써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하고 있다.

어디 시민의 자발적인 방역 활동이 이뿐이었겠는가? 울산에서 공공방역, 마스크 제작, 열화상감지카메라 모니터링 등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민만 벌써 1만6000명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우리 시민 모두가 코로나 전사다.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도 기꺼이 코로나와 맞서고 있는 시민들께 눈물 나도록 감사할 따름이다. 지면을 빌려 방역에 힘써주신 모든 시민, 의료인,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소설 페스트에서 오랑시민들은 불신과 방관을 걷어 내고 지역사회를 지키려는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페스트에 맞선 결과 대재앙의 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된다. 단언컨대 필자는 비록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을지라도 지역을 지키려는 우리 시민의 하나 된 힘이 있는 한 반드시 울산은 이번 사태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는 강하지만, 울산시민은 더 강하다.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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