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소 마스크 생산업체 지원 사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
신뢰 기반 현장중심 지원·기술교육 필요

▲ 김기범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개인의 삶은 물론 산업계 전반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개인위생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보건용 마스크의 생산을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혁신한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마스크 생산업체인 화진산업은 지난해 말부터 생산설비를 도입하여 마스크 생산을 시작하였다. 처음 생산해 보는 제품이라 생산 프로세스 및 설비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설비가 자주 멈추고 불량이 많아 하루 생산량의 절반은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가적 비상 사태에서 마스크의 공급량이 현저히 부족해지자 삼성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삼성의 제조혁신 전문가 10여명이 화진산업에 투입되어 불량이 잦은 설비를 개선했고, 공장 내의 설비 위치, 공정별 인원 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재배치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마스크 생산업체 4개사를 지원했고, 그 결과 하루 생산량이 기존대비 51% 증가하여 국가적인 마스크 공급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마스크 공장의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기존에는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중소 협력사에게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상생협력이 이루어졌다면, 마스크 공장의 사례는 대기업의 생산기술을 중소기업에게 전수해 주는 방식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단기적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차원을 넘어 기술과 인력을 상시적으로 지원하여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제조혁신 통한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주요 산업정책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술지원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무엇보다 상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협력사의 경우, 생산성 및 품질 개선을 위한 대기업의 기술지원 이후 납품단가 조정이라는 칼날을 들이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로 인해 모기업의 기술지원을 오히려 꺼려하는 사례도 있다. 기술지원을 통해 얻어진 개선효과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투명하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상호 윈-윈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작지만 지속적인 현장중심의 지원활동이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거창하지 않은 기술이라도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에서는 예상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스크 공장의 사례에서도 불량을 유발하는 설비의 일부 부품을 개조하거나 인력을 재배치 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50% 이상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대기업이 축적해 놓은 생산기술의 일부분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등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교육 등을 통해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LG그룹은 계열사별로 협력사 직원들이 그룹 내 직무대학인 제조기술대학의 여러 과정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조혁신을 위한 전반적인 지식은 물론 공장의 구축과 운영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 해결방법 등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전례 없는 전염병 확산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대기업이 체감하는 그것 보다 몇 배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 공장의 사례를 통해 위기극복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김기범 울산과학대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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