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개학이 늦춰졌고, 지금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건국 이래 처음 발생한 사태인지라 정부, 교육기관, 가정 모두 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 최강 인터넷 강국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도 첨단 휴대폰을 갖고 있으며, 가정 인터넷 보급률도 매우 높다. 왠만한 사무직원들 앞에는 인터넷이 되는 PC가 있으며, PC방은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환경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개학이 가능하다고 본다.

전대미문의 상황이라 여기저기 시행착오와 해프닝이 많다. 집에 컴퓨터 1대 있는데 형제가 서로 컴퓨터 쓴다고 아우성이고,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끊었던 가정은 다시 인터넷을 개통하고, 자녀들은 이참에 컴퓨터 한 대 더 사자고 밀어붙이고 있다. 온라인 학생 자가학습이 ‘학부모 학습’이 됐고, 선생님들은 아침부터 학생들을 전화로 깨우느라 모닝콜 담당자가 됐다. 특히 오전에는 교무실인지 콜센터인지 헷갈릴 정도다.

가정에서 부모님들의 고통(?)이 더 심화됐다. 자녀가 학교에 못가니 학부모와 가정에 있을 수밖에 없고, 여기저기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특히 전업주부인 엄마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웃기면서도 애잔한 사연이 많다. 일어나라, 씻어라, 방 치워라, 옷을 벗었으면 걸어놔라, 선생님한테서 전화 왔으니 빨리 컴퓨터 켜라, 공부해라, 게임하지마라, 휴대폰 좀 그만 봐라 등 잔소리가 계속 나온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복장 터진다.

방문을 열어보니 컴퓨터는 켜져있고, 아이는 다시 자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본 학부모 중에서 속이 안타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는 오전에 빈둥거렸으니 에너지 소모가 없어서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이다. 학교급식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지는 상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중간고사, 방학식, 스승의 날 등 오후 수업이 없는 날에는 점심급식까지 먹인 후에 귀가시킨다. 학생들의 영양을 챙기는 동시에 학부모의 부담까지 덜어주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좋다.

뭐든지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그 동안 우리가 몰랐던 학교의 순기능이 참 많다. 반 농담, 반 진담으로 표현해보겠다. 첫째, 학교는 청소년 범죄율 최저 수치 달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청소년 범죄율이 매우 낮은 이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사고 칠 시간과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는 학부모의 직업생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녀가 집에 없고, 학교에 머물수록 학부모가 직장업무든 가사일이든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 아무리 친한 가족이라도 24시간 같이 있으면 분란이 생기기 마련이다. 셋째, 가족이 아니지만 내 자식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선생님들이다.

이런 질문을 가정해보자. ‘코로나가 종식되면 계속해서 온라인 자가학습을 시키겠습니까, 아니면 학교에 등교시키겠습니까?’ 학부모의 90% 이상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충분히 예상이 된다. 그 만큼 학교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일테니 필자를 비롯한 교사들은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하고,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느라 고생이 많은 학부모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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