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다가오는 세계적 감염병
두 도시의 상반된 정책결정의 교훈
보건정책만큼 책임자 리더십도 중요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1347~1351년 유럽서 창궐해 유라시아 7500만~2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이 최악의 팬데믹이다. 총 100여회 유행한 흑사병은 4억7500만명의 세계인구를 14세기에 3억5000만명 내외로 거의 1억명이나 줄였다. 세계인구는 200여년 지나서야 흑사병 이전만큼 회복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348년 4월 고려 충목왕때 대규모 기근과 역병이 있었다.

1918년 후에 ‘스페인 독감’이 된, 미국에서 시작한 독감에 세계적 피해가 극심했다. 당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상인 5억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세계 5000만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만 사망자 숫자가 67만5000명에 이르렀다. 철 지난 ‘가이아 이론: 인간을 지구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해석’한 생물학 이론이 불현듯 떠오른다.

‘스페인 독감’은 조선에서도 무오년독감으로 1918년 시작돼 1919년 기미년까지 번졌다. 조선은 무오독감으로 인해 인구 1705만7032명 중 환자가 755만6693명에 달했다. 그 중 14만527명이 사망해 사망률은 0.82%였다. 1928년에도 조선에 ‘유행성 감기’가 창궐하자 신문은 ‘다시 주기적으로 지난 겨울이래 크게 유행하여, 무오년이래 처음 들어온 못된 병’이라고 기록했다.

두 도시,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1918년 9월28일 필라델피아에서 전쟁승리 위한 20만명 행진이 있었다. 10일전 해군조선소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발생 경고가 있었음에도 수뇌부는 행진을 강행했고, 시가행진 후 2주내 600명 이상이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전염병 절정 때 필라델피아는 하루 1700명이 사망했다.

반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스타클로프 보건국장은 축구경기에서 할로윈 파티까지 공개모임을 취소하게 했을 뿐 아니라 10주간 학교를 폐쇄하고 백화점에는 경찰관 배치해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사업체들은 극심한 불평을 했지만, 신뢰받는 보건공무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같은 조치는 발병한 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필라델피아는 일주일 지나서 감염예방 조치를 취했다. 미국 의학협회의 2007년 학회지에 의하면, 세인트루이스가 미국 내 가장 낮은 사망률 10만명당 358명인 반면 필라델피아의 사망률은 748건으로 두 배나 높았다. 감염위험에 다르게 행동한 미국 두 도시로부터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1918년 스페인독감에 대한 교훈은 무엇일까? 당시 조선총독부의 독감방역실패로 일상적 죽음을 목격하게 된 조선인들은 절망감을 분노로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독감’이후 100년 지난 지금도 진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월호 비극이, 메르스 사태 경험이, 각 도시 지자체장들에게 중요한 지도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민영화가 아닌 강력한 건강보험정책을 편 역대 지도자에게, 전염병 위기 순간에 새삼 감사를 드린다. 1963년 의료보험법 이래 1997년 12월 국민의료보험법 제정, 2000년 7월1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조합을 통합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과, 2004년 질병관리본부 확대개편 등이 오늘날 우리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되짚어보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환경정책이 중요한 만큼 국가나 도시의 최고 책임자의 리더십도 중요하다. 자원과 전략을 공유하는 정보시스템 즉 ICT산업과 의료산업체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해외 뉴스를 통해 보며 깨닫고 있다. 울산은 코로나 관리를 비교적 잘하고있다. 많은 노력을 해준 울산지역 의료진과 송철호 울산시장과 전 공무원, 119 공무원 그리고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 시민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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