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개월 이상 ‘집콕’한 사람들이 한계를 느끼면서 거리와 음식점이 차츰 붐비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달 5일까지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지나친 경계심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경기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겠다 싶은 마음 한편으로 한꺼번에 해이해져 2차 폭발을 부르는 건 아닌가라는 조바심도 갖게 된다. 때마침 4월말에서 5월초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길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황금연휴 여행계획이 주로 제주로 몰리면서 제주행 비행기편 예약이 80%를 웃돌고 있다. 제주의 유명호텔도 9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강릉·속초 등 관광지의 리조트와 대형 숙박업소도 연휴 예약이 거의 끝났다고 한다.

정부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학원 등 4대 집단시설의 ‘운영중단’ 권고를 ‘운영제한’ 권고로 변경했다. 국립 야외시설 중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국립치유원, 치유의 숲 등도 22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를 마치 야외활동을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오히려 “연휴기간에 이동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가급적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득이 여행을 떠나더라도 단체 여행은 삼가고 가족들끼리 움직이며 다수가 밀집한 시설이나 공간에는 가지 말라”고도 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에 있기는 하나 안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병원 등에는 여전히 2000명 이상의 확진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해놓고 곧이어 나온 방역당국의 충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걱정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렇게 위축된 생활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 연휴기간은 경계심을 늦출 때가 아니다. 숙박지는 물론이고 여행 중 이용하게 되는 작은 식당 등이 방역을 얼마나 철저히 할 지도 알 수 없고, 야외활동을 하다보면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등 개인위생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민관이 의기투합해 코로나 극복의 모범국가를 만들어낸 저력이 자칫 이번 연휴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연휴를 무사히 보내야만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5일 이후에는 일상생활과 방역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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