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수요감소에
유가폭락·정제마진 악화
SK에너지 등 4개사 대표
산자부 장관 주재 간담회
유동성·세제 지원 등 요청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하락하는 등 정유업계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친 가운데 정유사들이 정부에 실질적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정유업계는 22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유동성 지원 요청을 비롯한 각종 건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는 SK에너지 조경목 대표이사 사장, GS칼텍스 허세홍 대표이사 사장,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대표이사 사장, S-OIL 류열 사장 등 국내 주요 4개 정유업체 대표와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 한국석유공사 양수영 사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용성 원장이 참석했다.

 

SK에너지, S-OIL 등 국내 정유업체는 신종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폭락,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종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추락을 거듭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은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할 만큼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원유를 정제해 남는 이익인 정제마진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정유업계에서는 1분기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영상황이 최근 10년 중 최대 위기”라며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산유국 간 갈등으로 실적이 최악 수준이었던 2014년과 비교해 “그때와 비슷하지만, 더 안 좋다”고 말했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적자는 2조 중반대, 최대 3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은 위기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보다 20~30% 낮춰 생산을 줄이고 급여 반납,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는 비상경영을 가동하고 있으나 자구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정부는 석유 수입·판매부과금과 관세를 유예하고 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을 임대하는 등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국세청은 이날 정유업계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납부 기한을 7월까지 3개월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런 지원이 유의미하지만,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수요 감소까지 겹쳐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협의된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의 경우 업체별로 3개월 기준에 수십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 방안은 매년 원유와 석유제품 저장시설의 10% 정도를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올해 유예하면 내년에 20%를 개방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1년을 연장하는 방안이 아니면 실익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세제 지원 확대 외에 투자 인센티브 확대,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조경목 사장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간산업으로서 정유업계가 가동률 하향, 불요불급한 지출 억제 등 노력을 통해 위기를 버텨내겠다”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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