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다른 어떤 직업군 보다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성인지감수성은 어린이의 성정체성과 성역할, 양성평등 등의 인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울산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성인지감수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행동을 해 학부모들과 여성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에서 공개된 SNS를 통해 발생한 사건이라 학부모들이 재빨리 대응에 나섰기 망정이지 정상적으로 개학을 했더라면 알아채지도 못한 채 잘못된 교육 속에 우리 아이들을 방치할 뻔했다.

이 교사는 온라인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자기 팬티 빨기’를 효행숙제로 내주고 사진을 찍어 올리도록 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올린 사진에 이 교사는 ‘이쁜 속옷 부끄 부끄’ 등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표현들로 댓글을 달았다. 그가 숙제를 내주면서 과제출제의 이유로 내세웠던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어려운 성공 경험을 하도록 한다’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표현들이다. 앞서 이 교사는 단체대화방에 아이들의 얼굴사진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려달라고 한 다음 올려진 사진들에 ‘저는 눈웃음 매력적인 공주님들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우리 반에 미인이 넘 많아요…남지 친구들 좋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성인지감수성이 아예 없는 행동들이다.

아직도 이런 수준의 교사가 교육현장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스쿨미투’ 등이 대대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학교내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에 대한 인식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성인지감수성은 여전히 바닥인 모양이다. 이 교사는 “개인적으로 연락이나 밴드에 의견을 주었더라면 수정하거나 변경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에 댓글을 달아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그가 한 일의 근본적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칭찬의 말을 해주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말 여성단체의 주장대로 성인지감수성이 눈꼽만큼도 없다. 이런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체계적으로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성인지감수성은 교사의 중요한 기본 자질 중 하나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교사라면 더 분명한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하다. 성별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출 때 일상 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