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수학의 한 분야인 대수학을 ‘알지브라’(algebra)라고 한다. 알지브라는 이슬람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수학의 발전은 시대와 분리될 수 없다. 6세기 후반부터 바티칸 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와 전쟁으로 중동지방은 피폐해진다. 이 시기에 새로운 상거래 중심지가 된 메카의 상인이며 부유한 과부와 결혼한 것으로 전해지는 무하마드가 천사의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창시한 것은 610년이다.

632년 무함마드가 사망한 이후를 정통 칼리파 시대라 한다. 칼리파는 최고지도자를 뜻하는데, 4대 정통 칼리파 알리가 쿠테타로 살해 당한 후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지고 정통 칼리파 시대는 끝난다.

쿠테타 왕조인 우마이야 왕조가 단명하였던데 비하여 그 후에 들어선 압바스 왕조는 탄탄한 왕권과 함께 이슬람 과학의 황금시기를 이룬다.

압바스 왕조 때 바그다드에 지혜의 집이라 명칭된 ‘바이트 알-히크마’에서는 그리스와 오리엔트의 철학서와 과학서가 아랍어로 번역됐다.

유클리드의 원론으로 대표되는 그리스의 수학은 기하학이 중심인데 비해, 동쪽 인도는 숫자에 매우 강했다. 인도에서는 숫자 영(0)을 발견했는데, 이는 수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이다. 이슬람의 수학에는 이 둘이 융합된 양상이 보인다.

8~9세기에 알 콰리즈미(780?~850?)라는 탁월한 이슬람 수학자가 있었는데, 그의 본명은 아부 압둘라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이다. 그는 지금 널리 쓰이는 십진법의 아라비아 숫자체계를 정립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알 콰리즈미는 9세기 초반 <알 제브르 알 무카발라>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일차 방정식의 해법을 다루었고, 항을 옮긴다는 뜻(al jabr)와 같은 항을 정리하는 뜻(al muquabala)를 처음으로 도입하였는데, 대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의 제목 중 ‘al-jabr’에서 파생된 단어가 알지브라이고, 알 콰리즈미 이름 자체에서도 파생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알고리즘이다.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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