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봄 향기를 한껏 뿜어내는 꽃들로 가득한 학교 화단 오솔길, 오랜만에 아이들이 눈에 띈다. 우편으로 보내던 학습꾸러미와 어린이날을 맞아 선생님이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직접 아이들 손에 보내기로 한 날이다. 부모님과 조심스럽게 학교를 찾아온 아이들은 봄 전령사와 같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겨울 정원’ 같았던 학교에도 행복한 봄이 잠시 머무른다. 오랜만의 외출에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덩달아 봄을 맞은 나도 ‘외로운 거인’마냥 설렘과 반가움으로 들뜬다.

우리는 ‘거인의 정원’ 주인공이 된다. 아이들이 찾지 않자 삭막하고 외롭게 변한 겨울 정원, 거인 혼자만 즐기던 공간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서 봄이 찾아온다. 나 또한 새롭게 아이들을 만나 봄 향기를 함께 나눈 오늘에야 봄이 된다. 아이들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고, 조그마한 손에 건넨 꾸러미 가방에는 건강하게 빨리 만나자는 선생님의 작은 바람도 넣어 보낸다. 20년이 훌쩍 넘은 경력 교사이지만, 1년 갓 지난 옆 반 선생님처럼 마음의 바람개비가 살랑살랑 도는 것 같다.

내 마음의 바람개비는 책을 읽으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뱅글뱅글 돌 때가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17년간의 교직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이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과 가슴 뭉클함으로 예고 없는 눈물이 툭 떨어지게 하는 책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초임 교사 고다니 선생님, 그리고 멘토 역할 아다치 선생님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타인의 잣대와 기존의 인식으로 아이를 가두지 않는 것’이 교사의 역할임을 깨닫게 한다. 쓰레기장 근처에 살며 파리들을 유일한 친구로 삼은 아이 데쓰조를 위해 고다니 선생님은 함께 파리 연구를 하면서 데쓰조를 ‘파리 박사’로 만든다. 학급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그 모습을 찾아주며, 가르치기보다 지켜보고 지지한다. 데쓰조는 좋아하는 파리를 통해 글을 익히고, 자신을 위해 애쓰는 고다니 선생님의 마음을 읽게 된다. 마침내 데쓰조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글로 표현한다.

예년 같으면 벌써 두서너 달을 보내고, 서로에게 정이 많이 들 무렵인 5월, 설렘을 가득 안고 아이들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도 너희들이 참 좋아요~’라고 메아리처럼 주고받을 날이 기다려진다. 아이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받으며 성장할 수 있게, 교사도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주어지길 고대한다.

학교가 ‘거인의 여름 정원’처럼 울창한 숲이 되게,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라는 메아리가 들리는 숲이 되게, 새로운 바람개비를 만들어 본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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