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박사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우리가 예측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문화’의 유행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특별히 인간의 삶을 담는 용기(用器)인 공간의 형식과 의미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견된다.

미래의 공간은 공유, 공감,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던 지금까지의 공간특성과는 다르게 가족과 개인의 안전을 위한 위생적이고 독립적인 공간 그리고 사적 환경으로서의 공간으로 축소지향적 특성을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공간과 인간과의 교감이 깊어진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인식을 가지게 되고, 그럴수록 실내공간은 우리의 삶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간은 다양한 구성요소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중에서 공간의 색은 가장 직관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특정한 색을 좋아하는 경향을 색의 선호라고 하는데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선호하는 색과 필요한 색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예로 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색(선호색)과 어린이를 위한 방의 공간색(필요색)은 구분을 해야 한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어린이의 방에 빨강, 주황, 노랑과 같은 따뜻한 난색, 장파장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면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 시켜 창의성과 자신감을 높여주며, 활기차고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고등학생의 방에 청록, 파랑, 남색과 같은 차가운 한색, 단파장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면 집중력을 향상시켜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난색이든 한색이든 공간에 색을 너무 과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연한 톤의 색은 넓은 면적에 사용해도 되지만 선명한 톤의 색을 넓은 공간에 사용했을 경우 오히려 산만해지거나 반대로 감정이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색의 사용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야외에서 활동적으로 뛰어다녀야 할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색과 아이가 좋아하는 색을 조화있게 사용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생활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