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지휘자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은 1955년부터 1989년까지 세계 최고 교향악단인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종신지휘자로 활동했다. 81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35년간 베를린필에서 그는 최고의 음악세계를 펼쳤고 세계 음악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카라얀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지금도 잘츠부르크에 있는 음악학교인 모차르테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음악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은 빈 공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다시 빈음악원에 들어가 지휘를 전공했다.

빈음악원을 졸업한 20세의 어린 지휘자는 1927년 잘츠부르크 주립극장에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를 지휘하면서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다. 그리고 2년 후 프리드리히 빌헬름 시립극장(도이치 극장)의 지휘자로 나서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무대에서 18년간 지휘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1945년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카라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나치시대에 나치당에 가입한 사실이 문제가 돼 지휘활동 금지를 당하게 됐다. 그 기간 카라얀은 녹음에 관한 연구를 했고 녹음실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사면을 받고 나서 다시 지휘자로 활동하게 되자 그 진가가 드러났다.

그 명성이 점차 전 독일에 알려지고 드디어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로 초빙받게 된다. 그러나 필요한 리허설 횟수가 확보되지 않자 카라얀은 정중히 거절한다. 지휘자는 연습이 충분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며 그 영예로운 기회마저 물리친 것이다.

다시 기회가 찾아오자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고 마침내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발탁됐다. 준비된 지휘자 카라얀은 베를린필 단원들이 창단 이래 100년 동안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인기를 안겨주었고 최고의 연봉을 받게 해주었다. 그 자신도 베를린필의 종신 지휘자로서 이 시대 최고 음악가, 최고 교향악단 운영자, 최고의 카리스마를 인정받는 마에스트로로서 20세기 클래식의 황제라는 이름을 세상에 남겼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베토벤 작곡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연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