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태훈 울산광역시 녹지정원국 생태정원과장

울산의 두 번째 민간정원이 탄생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빌딩이 즐비한 울산의 가장 번화한 곳, 삼산동 구암빌딩에 조성된 ‘구암정원’이다. 구암빌딩은 평범한 상가빌딩 중 하나이나 지상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나무와 화초로 가득 찬 비밀의 옥상정원이 있다. 옥상정원 규모는 766.67㎡로서 10m의 수고를 자랑하는 메타세쿼이아와 소나무, 벚꽃나무, 포도나무, 야자수 등 56종 1233본의 키 큰 나무와 장미, 맥문동 등 15종 7348본의 초화가 있다. 잘 가꾸어진 호텔 조경처럼 차려진 공간은 아니나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오랜 기간 자연천이에 의해 다듬어진 공간이라면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옥상조경은 하중과 관리상 문제로 키 작은 나무 또는 건조한 환경에도 강한 세덤류를 많이 심는다. 이마저도 끝까지 녹지공간으로 지켜 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은 조경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층상가가 밀집한 울산 최고의 번화가에 옥상을 정원으로 조성하고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시민으로서 함께 축복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산업화로 인구의 약 92%가 도시지역에 거주한다. 그 만큼 아파트나 상가빌딩이 빼곡하다.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생활환경이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 열섬현상, 대기 및 수질오염 등 심각한 환경 문제가 생겨났다. 산업도시로 발전해오면서 타 도시에 비해 더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고 이주로 집단 주거지가 조성됐다. 도시계획을 우선하지 못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고려하면 부족한 녹지공간을 배려하거나 잠재적인 토지를 남겨두지 못했던 것은 예측된 부분이다.

고층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도시에서 옥상녹화는 순간순간 내려다보는 경관으로서의 가치가 사막에서의 오아시스와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지구 살리기를 위한 연구, 캠페인, 협약 등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고 한정된 공간이라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건물의 옥상이 무궁한 녹색자원으로서 인식되고 우리시를 포함한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옥상녹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제도적 지원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옥상녹화는 건축으로 파괴된 대지의 생태를 옥상 위에 복원하는 의미를 가진다. 공기정화, 열섬완화 및 건물 단열성 증가를 가져오고, 나아가 생물 서식 환경 조성으로 생물 다양성 증진과 자연 순환의 회복을 가능케 하며 도시 경관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무채색으로 뒤덮인 빌딩 속 공중정원은 바라보는 사람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도시의 균형적 아름다움을 더해 도시 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옥상녹화는 건물 안전진단, 방수 및 흙깔기 등과 같은 추가 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옥상에 덮는 흙의 두께가 일반 토지보다 얕아 물을 자주 주어야 하는 등 개인이 조성하기엔 까다로운 게 사실이며 다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옥상정원을 조성한 구암문구 박봉준 대표는 “건물을 하나 지으면 자연환경을 그만큼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옥상에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고 하며 건축 당시부터 정원에 필요한 물은 빗물과 생활용수 등을 재활용하여 공급하였고 하중 또한 충분히 견디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옥상 전체에 정원을 조성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텐데 선도적으로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인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함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따뜻한 나눔을 느꼈다. 울산 제1호 민간정원은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온실리움’으로 2018년 12월에 지정된바 있다. 구암정원은 옥상정원 최초이자 울산에서 두 번째로 지정한 민간정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도심 속 생태·미관상 건강한 도시를 만들고 시민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하는 옥상정원이 확대돼 정원, 생태, 사람이 한 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도시 울산이 되기를 꿈꿔 본다. 아울러 다수의 민간정원이 추가로 지정되고 시민에게 개방되어 정원도시 울산의 위상을 한층 더 다져가면 좋겠다.

장태훈 울산광역시 녹지정원국 생태정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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