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편향적 사고, 사회적 혼란 초래
다양한 정보 검토·합리적 해석 통해
인지 부조화·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통계학에서 편의(bias)는 표본에서 얻어진 데이터의 기댓값과 모집단 특성치와의 차이를 일컫는다. 당연히 이것이 영(0)이기를 기대하는 것이고, 그럴 때 그 추정을 불편추정(不偏推定)이라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통계적 추정법은 대다수는 불편추정의 성질을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 상황에서 편의는 발생하게 마련이고, 이는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치우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편의의 원인은 실제 현상과 관찰하는 부분(표본)의 불일치에 기인하고 이를 줄이는 접근은 통계적 추론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편의 또는 편향이 작위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적 사고를 들 수 있다. 자신의 의견과 신념이나 주장에 이끌려 실체적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게 되는 현상인데, 한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심리적 병리 현상으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개인의 작위적 편의가 모여서 집단의 편향이 조성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방향의 편향과 대립하는 구도로 자리 잡게 되어 사회적 혼란과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게 하곤 한다.

사회적으로 확증편향 사고가 뜬금없이 만연해지곤 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그 자양분이 있게 마련인데, 주로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는 이슈들이 그것이다.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는 원인제공 측면이다. 뭔가 일이 제대로 진행되거나 처리되지 못한 경우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파장이 큰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표적으로는 적폐청산, 최저임금, 주52시간근무, 대북정책,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코로나 방역,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는 총선과 사전투표 등과 관련되어 파생되는 현상과 데이터를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실체적 진실보다는 자기 생각의 틀에 부합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기중심적인 해석과 주장이 강하게 표출될 수 있다. 둘째로는 불신이다. 아무리 정부 또는 책임 있는 당국에서 설명해도 믿지 않고 희망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때로는 잘못을 알면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자기기만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리더에 부화뇌동하는 조직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혹자는 최근의 확증편향이 사회적으로 심화된 이면에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 미디어의 활성화와 지능형,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제공 시스템이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콘텐츠를 보고 나면 자신의 취향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유사한 내용에 함몰되어 다른 비평, 비판적, 대립되는 주장을 보지 못하고, 소위 에코체임버 효과(echo chamber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해석은 곁가지일 따름이고, 본질은 소위 열린 사회에서의 진영 또는 이데올로기적 특성에 기인한 집단최면적 사고행위는 사회를 파열시키고 그 해악이 적지 않음은 자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사회병리적 현상을 치유할 수 있겠는가. 첫째는 논란의 여지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이렇게 어설프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로는 불필요한 논쟁을 조기에, 단호하게 종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데이터와 논리로 명확하게 검증하고 밝히면 될 일이다. 그 주체는 정부이거나 또는 책임 있는 관계기관이면 될 것이다.

찰스 다윈은 확증편향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관찰결과가 자신의 이론과 어긋날 때 오히려 더 주의하고, 한편으로는 그와 배치되는 주장이나 증거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고 한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인지 부조화와 확증편향의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를 균형 있게 검토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마르크스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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