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취임3주년 특별연설 - 남은 임기 2년 국정목표 제시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2년을 관통하는 국정운영의 목표를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직후 2017년 5월10일 장미대선에서 19대 대통령에 당선, 이날 취임한 뒤 3년을 맞은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특별연설은 올 초부터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극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 ‘선도국가’로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사용한 단어 중엔 경제라는 단어가 19차례로 가장 많았고, 지향점으로 제시한 선도라는 단어 역시 8차례 등장했다. 코로나라는 단어는 6번, 방역이라는 단어는 5번 등이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의 초점을 경제대책에 맞췄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위기를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염원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국민과 함께 국난 극복에 매진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당면 과제인 방역에 있어 1등 국가가 되는 것은 물론, 경제위기에 있어서도 신산업·뉴딜과 고용안전망 확대를 양대 축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연설에선 남북 방역협력을 비롯한 북한 관련 메시지는 최소화하면서도 질의응답을 통해 방역협력 의지를 확고히 했다.

코로나 ‘방역 1등 국가’ 이어
신산업·뉴딜·고용 안전망 등
한국판뉴딜로 경제위기 돌파

질병관리본부, 청으로 승격
K방역 세계 선도 입지 구축
코로나 ‘2차 대유행’ 경고도

인간 안보 중심 국제협력 선도
北과 방역협력 고리 대화 추진

◇추격국가 아닌 선도국가로·신산업 뉴딜·고용안전망 확대 쌍끌이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메시지에 전체 연설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특히 위기라는 단어를 15차례나 사용했다. 코로나가 방역과 경제에 불러올 충격이 심각하고 장기적이라는 엄중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된다.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세계 경제질서에 거대한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추격형 국가’에서 탈피해 ‘선도형 국가’로 탈바꿈할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신산업 뉴딜과 고용안전망 확대라는 양대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코로나로 변화하는 세계경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선도형 경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온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을 필두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을 고려해 이 부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고용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보험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고, 국민취업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경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고, 이를 통해 국민의 생계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성장동력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구체화한 것이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한국판 뉴딜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의료·교육 등에서의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고, 각종 국가시설의 스마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지키기와 신산업으로의 체질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북한 방역협력 의지 재확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방역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마지막 까지 방역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긴장감을 다시 불어넣었다.

특히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진 점을 상기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등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방역에서 역시 당장의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서도 ‘세계의 모범국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사스와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대응체계를 발전시켜 온 결과, 우리의 방역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확인했다. 방역시스템을 더욱 보강해 세계를 선도하는 확실한 ‘방역 1등국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방안, 보건복지부에 복수의 차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질병관리대응 체계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해 ‘K방역’의 세계 선도적 위치를 굳히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방역 노력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이날 거듭 언급한 점도 눈에 띄었다.

정작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인간 안보를 중심에 놓고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 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질의응답에서 ‘그동안 북한에 제시한 남북협력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방역협력을 고리로 한 남북대화 추진에 대한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과 북은 모두 코로나 대응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이 감염병의 방역에 함께 협력한다면 남북 모든 국민의 안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방역에 대한 우선 협력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보리 제재에도 저촉이 안 되고, 남북 국민 모두의 보건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남북협력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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