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전국 최대의 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는 곳이지만 변변한 연구소 하나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연구소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머리는 없고 몸통만 있는 ‘자동차도시’로 평가돼왔다. 현대자동차와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생산만 했을 뿐 연구개발은 엄두도 못냈다. 특히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 자율주행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를 맞으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이 와중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미래차연구소가 개소했다니 울산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차연구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우선 디자인, 소재, 부품·모듈, 자율주행, 개인용 비행체, 시스템 통합 등의 분야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업으로 꼽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테크노파크, 울산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 현대자동차, 지역기업 연구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울산시는 지난해 12월 ‘울산 미래차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발전전략은 미래차 혁신성장 생태계 육성, 친환경차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술 선도 등 3대 전략과 10대 프로젝트로 이뤄졌다. 또 전략목표는 미래차 혁신성장 거점 구축을 위해 전장부품 기업 비중을 현재 11%에서 25% 이상으로 확대하고, 세계 수준의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기술기업을 50개 이상 육성하는 것으로 잡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15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전기·수소차의 국내 판매 비중을 현재 2% 수준에서 2030년 33%로 높이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현재 4%에서 10%로 끌어올리는 등 ‘국가 미래차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모빌리티(Mobility)’로 진화하고 있다. 모빌리티는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인 것이다. 울산미래차연구소는 국내 모빌리티 연구의 거점이자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의 컨트롤타워가 되기를 기대한다. 울산시의 예산 및 연구인력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