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방역’ 성공으로 위상 급상승
한·미 상호존중·협력의 시대 열어야
개신교는 구조조정 시대적 요구 직면

▲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코로나’라는 정말 작은 존재가 온 세상을 흔들어 놓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사회질서와 문화관습에 새로운 질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까지,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모든 지구인은 싫어도 수많은 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한미 역할과 종교 관습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미국은 초강대국 체면에 확실히 손상이 갔고 한국은 체면을 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를 우습게 보다가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번 판단 실수를 하고 있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은 미국시민권 취득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다가, 생명 위협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상황은 미국이 한국인에게 꼭 가서 살고픈 곳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체면을 제쳐놓고 한국의 코로나 검사키트를 대량 수입했고, 동맹국 한국의 배려에 따라 한국 마스크 200만장도 미국행 비행기에 실리는 상황이다.

해방 이후 미국의 지식과 의료기술을 부지런히 습득해왔던 수제자 한국은 이번에는 역으로 미국에게 보답(?)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미국과 한국은 일방적인 보호자-피보호자 관계가 아니다.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상호존중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둘째, 코로나는 미국인의 종교생활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종교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2015년 기준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독교를 믿는 성인은 10명중 7명, 즉 1억7300만 명에 달한다. 라이프웨이(LifeWay)리서치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4월의 미국교회 현황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교회 참석 예배비율이 3월29일에 7%로 떨어졌다. 4월에는 부활절이 있음에도 4~7% 교회만 현장예배를 가졌다.

온라인 예배를 거부하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7% 교회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목사가 체포되기도 했고 영구폐쇄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를 종교적 박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온라인 예배가 대세가 되고, 함께 온라인 헌금 옵션을 제공하는 교회는 살아남고 있다. 코로나는 교인들의 교회생활방식 중 헌금방법에까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교회의 40%가 헌금이 줄어들어 재정압박과 운영방식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셋째, 한국의 개신교 상황도 비슷하다. 누가 봐도 헌금을 탐하면서, 못난 교회가 박해 운운한다. 정치를 넘보는 목사들도 등장했다. 몇 안되는 교회가 기독교 망신을 시키고 있다. 한국만큼 미국 기독교전통을 잘 전수받은 경우도 드물다. 2015년 한국 기독교 인구는 전 인구의 약 28%로 일본의 1%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한국은 1960년대 말, 약 100만 명의 개신교 신도수는 1980년대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 2014년 조사에서 한국 교회와 기독교 단체 수는 편의점 3만7000여 개보다 훨씬 많은 5만5000여 개이었다. 이렇게 난립한 개신교회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의 <가톨릭 평론>은 ‘코로나 이후, 종교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가톨릭, 불교, 개신교 대표들과 좌담회를 열었는데,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코로나 사태라는 중차대한 시국에 종교가 한 역할이 없다. 겨우 ‘신천지’ 혐오를 부추기기에 급급했다. 코로나는 종교의 위상격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종교가 높은 자리를 내려놓고, 낮아지지 않으면 종교의 미래는 없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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