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규상 천상고 교사

우리 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5월13일 등교수업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퇴근하려는데, 등교수업 연기를 알리는 기사를 동료교사가 보내왔다. 이에 대한 이야기로 종일 어수선했기에 한참을 망설이다, 더 미루기가 부담스러워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는데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만해도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등교수업에 맞추어 학교 교육계획과 학사일정을 정비하고, 주요 행사들을 언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교육부 지침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에서는 등교수업을 어떻게 계획해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전달하고를 반복했다. 발열 체크 유도선, 급식 유도선, 일시적 관찰소로 사용될 실외 텐트를 설치하고 함께 모여 리허설을 진행했다. 기대와 걱정을 안고 분주한 하루를 보냈는데, 다시 연기란다.

당장 등교수업에서 쓰려고 만들었던 학습자료부터 온라인수업용으로 바꾸어야 하는구나. 아니 그보다도 내일 오전이 원고 마감인데, 다시 써야 하는구나. 이번 글의 제목은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부랴부랴 제목을 ‘학교 풍경’으로 바꾸고 머리를 싸맨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 장관은 “다른 무엇보다 우리 한국에는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역량 있는 교사, 학생에게 헌신적인 전문가들이 45만여 명이나 계십니다.”라고 했다.

교육부가 어르고 달랜 대로, 우리 교사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얼굴 한 번 못 본 아이들과 매일 아침 단체 대화방을 통해 조례를 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온라인 클래스에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을 독려하는 전화를 한다. 그리고 틈틈이 다양한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지금 학교는 새로운 것을 익히는 몸과 마음으로 분주하다. 구구절절 멋없는 이 역할들에 대해 “그래서, 뭐?”라고 누군가 되물을 수도 있겠으나, 단언컨대 우리 교사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위하고 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학교 풍경은 개학 연기, 등교수업 연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등교할 때마다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고, 유도선을 따라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서는 것으로 살갑던 교문맞이가 대신될 것이다. 교실에서는 시험 대형으로 놓인 책상에 말없이 앉아 각자의 학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은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사라져 가던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한 방향을 향해 일렬로 앉은 급식시간이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다. 한 학급당 35명에 가까운 학생들 사이에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학교 일상에서 ‘당연함’이 사라질 것만은 분명하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소통과 협력이 아니라 단절과 거리두기를 외쳐야할 상황이 어딘가 우습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공간일까. 이 시기에 학교에 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저녁이다. 손규상 천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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