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성남·금성여’ 성인지 감수성 향상 주력해야
지속적 교육으로 성별 고정관념 해소해야

 

시교육청, 성인지감수성 조사
성차별적 생각 여실히 드러나
남녀간 양성평등 인식차 확인

교육역량 강화 네트워크 추진
성인지 감수성 교육체계 구축
교육강화·정책마련 목소리도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정작 그게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은 물론 성별로 인한 차별을 인지해내는 민감성을 가리킨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UN여성대회에서 사용된 후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책 입안 등에 활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고 하면 사회 속에 만연한 성별 간의 불균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폭력, 성차별 등 성과 관련한 각종 젠더폭력과 사회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바로 우리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페미니즘은 남성혐오라는 남학생들과 ‘예쁘고 조신하다’가 칭찬인 교사들

2018년 울산을 휩쓴 스쿨미투 이후 울산시교육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노옥희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17개 시·도 교육청 중 최초로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실태조사 대상은 초·중·고 학생 2332명과 학교 관리자를 포함한 교원 1119명(초·중·고 교장과 교감, 보건교사는 전원, 평교사는 표본 선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맞벌이를 해도 가사와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일반교사 중 남교사가 ‘그렇다’고 대답한 경향성이 가장 높았고, 관리자(교장·교감)가 뒤를 이었다. 보건교사와 여교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한 경향성이 높았다.

또 ‘학생들을 칭찬하거나 격려할 때 성별로 사용하는 표현이 다르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남교사들이 여학생들에게 ‘예쁘다’‘조신하다’ 등의 표현을, 남학생에게는 ‘남자답다’ 등의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일자리가 부족할 때 여성보다 남성에게 우선 기회를 줘야 된다’는 문항에서도 남교사들과 관리자 군이 다른 교사 직군에 비해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학생과 남학생의 양성평등 인식 차이는 크게 나타났다. 초·중·고 여학생 모두 우리 사회를 양성평등하지 못한 사회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설문 문항은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이다’는 질문으로,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남학생들은 ‘그렇다’는 대답이 많았다.

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를 접했던 교사 박모씨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조차 아직까지 ‘양육은 엄마의 몫’이라거나 ‘남자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 된다’는 식의 성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여성과 남성, 모두의 양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성인지 감수성

이영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교육사업팀장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예를 들어 ‘섹시하다’는 표현을 사용함에 있어 의도와 관계없이 칭찬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능력이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양성평등 혹은 성평등(Gender Equality)이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과 목적이라면, 성인지 감수성은 양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 사회와 개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자 역량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이 도입되고 그 중요성이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 스쿨미투 이후 성인지교육팀을 신설한 울산시교육청은 올해는 ‘성인지교육네트워크’ 출범을 준비중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속옷빨래 교사 사건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교육청은 성인지교육네트워크를 통해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 활동에 따른 정책 보고는 노옥희 교육감이 직접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울산시를 포함해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직원들을 위한 성인지 역량강화 교육을 1년에 1~2회 실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교육 강화는 물론 시 차원의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성인지 역량강화 교육을 통해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발언이나 행동이 최근에는 왜, 어떤 식으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1년에 1차례 있는 교육이 단번에 조직 내 젠더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서서히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발언이나 행동에 있어 상대를 배려하고 조심하는게 느껴진다”면서 “성인지 감수성 강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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