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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간이역들]달천철장의 마지막 수송책, 내년이면 추억속으로…(1)호계역
1922년 문 연뒤 100년을 이어온 기적소리
내년 6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로 멈춰
예스런 정취 영화·시·소설의 모티브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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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4  21: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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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남부선 복선전절화로 문닫는 호계역.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은 부산~울산 구간 65.7㎞의 단선을 복선화하는 것으로 2021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이 사업으로 인해 새롭게 교통요지로 부상하는 지역이 형성되는 반면, 기차운행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역도 생겨난다.

수십년, 길게는 100년의 시간동안 울산의 역사를 함께 걸어온 간이역들이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달천철장의 마지막 수송책 호계역, 마채소금 시발역이었던 덕하역,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생산된 옹기수출의 핵심지 남창역, 아름다운 주변풍광으로 알려진 서생역 등 울산지역 간이역에 깃든 지역사를 살펴보고,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 점검한다.
 

   
▲ 1970년대 호계역 철도.

철도가 간직한 세월이 깊은 만큼 정차하는 역마다 역전문화가 독특하게 형성돼 있다. 고적한 간이역이 주는 소박함과 독특한 사연들로 인해 기차역이 지역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적이 되기도 한다. 우선 울산 최북단역인 호계역부터 찾아가 봤다. 호계역은 1922년 10월25일 조선총독부 관할 호계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의 호계역은 인근 부산과 경산과 대구 등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통학과 직장인들의 출퇴근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태화강역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은 역이다. 또 우리나라 간이역 건축의 대표 모델로서 건축디자인적 가치도 뛰어나다. 그러나 동해남부선 복선화가 완료되면 이 역엔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다. 동대산 아래에 위치한 송정역으로 선로가 옮겨지기 전에 호계역과 관련된 지난 100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100년의 기적소리 추억속으로

마을 동쪽에 호랑이 모양을 한 봉우리와 시내가 흐르는 호계(虎溪)마을에 자리한 호계역은 1922년 문을 열었다.

역사안에 들어서면 매표소와 나란히 붙은 맞이방(승객대기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앉아 있다. 맞이방 벽에는 이 마을 출신의 최종두 시인이 지은 ‘호계역’이란 시도 붙어있다.

‘내 아장걸음으로 빠져나가던 호계역을 지나면서 아련한 기억으로 돌아보는 세월은 추억이 아니네. 추억이 아닌 전설뿐이네.(중략)’

호계역 구내는 마치 시간을 가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예스러운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호계역은 영화, 시, 소설 등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또 호계역이 가진 시간적 가치만큼 호계역을 아끼는 마을 주민들도 많다.

호계가 고향인 70대 김창배씨는 “옛날엔 시계가 없는 집도 많았잖아. 기차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시간을 어림짐작했지. 기차가 연착되면 어쩔수 없고”라며 웃어보였다. 기차 기적 소리로 시간을 알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흘러 이젠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됐다.

   
▲ 시간이 멈춘 듯 옛 정취 간직한 호계역사.


◇달천철장의 마지막 수송책

울산 북구는 고대 동아시아의 최대 철생산지였다. 호계역에서 동천강을 건너가면 달천마을이다. 달천철장은 기원전 2세기부터 철을 생산하기 시작해서 2002년에야 공식 폐광돼 2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호계역은 선사로부터 이어진 달천철장의 마지막 수송책이었다. 당시 호계역은 달천철장에서 채굴한 철광석을 전국의 제련소로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 화물역으로 북적이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하루에 40여회의 기차가 운행되는 등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현재 역사 왼편에는 공영 주차장이 마련돼 있는데 예전에는 화물 처리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반면 호계역은 일제강점기 동대산과 무룡산에서 벌목한 목재를 실어 나르기도 했고, 삼산평야와 호계 신답들에서 생산된 쌀, 보리, 콩 등의 곡식을 수탈해 전쟁물자로 실어간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문모근 전 울산북구문화원 사무국장(시인)은 “지난 1992년 울산의 시가지 철도이설사업 이후 울산역과 병영역 등이 사라졌다. 호계역만큼은 그대로 남겨 한 지역의 살아있는 역사로 간직하길 바란다”면서 “호계역은 전국 새마을 표준역으로 선정돼 전국의 철도 역사를 지을 때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호계역사의 근대문화유산적 가치는 충분하며, 소중한 지역의 문화자산이다. 특히 북구는 신생 자치구로 이렇다할만한 도시유산이 없다. 북구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가능하다면 호계역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문~호계역 폐선부지 활용 고심

포항에서 경주를 지나 부산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일제시대에 완성됐다. 포항, 울산, 온산 등 중화학도시들을 연결하고 있어 유류, 석탄, 철광석, 철재, 석회 등의 원자재를 운송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원통형으로 누운 탱크로리가 연결된 기차는 흔히 보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2010년 KTX가 본격 운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노선이 지나는 역세권 도시개발이 가속화됐고, 노선이 부분적으로 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중인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내년 완료되면 울산에서 해운대까지 30분, 경주까지 20분, 포항까지 59분이면 도착 가능해 진다고 한다.

하지만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 기본계획 수립 용역 전문가 자문회의’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총연장 25㎞의 폐선철로 등 76만2719㎡ 규모의 폐선부지가 발생한다. 전국의 폐선 부지는 대부분 철길을 그대로 살린 레일바이크나 포토존, 자전거길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울산시는 내년 한국철도공사 측과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폐선부지 매입 비용 마련이 관건으로 보고 국비 매칭사업, 민자유치 등의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철도 폐선부지는 도시의 소중한 자원”이라며 “시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폐선부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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