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정길 전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나 때는 말이야”…원로에게 듣는다

▲ 정정길 전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울산대 총장·공업학원 이사장 등
2003년부터 울산과 인연 이어와

주력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인 울산
신종코로나 위기 극복하기 위해서
울산시, 지방 상황 중앙에 알리고
노사 관계 정상화 이루도록 돕는
최고지도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

고령화·저출산 문제 해결 위해선
새로운 인구 유입 힘쓰기 보다는
남은 사람들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교육·의료 등 정주여건 개선해야

요즘 ‘나 때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거론하며 젊은 층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사람을 ‘꼰대’로 치부한다. 이에 ‘나 때는 말이야’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희화화되기도 한다. 과도한 과거 미화는 지적받아 마땅하지만 옛 성공 경험을 현재에 접목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로들의 조언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각 분야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울산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로들의 고견을 듣고 위기에 빠진 울산의 재도약을 이끌 실마리를 찾아본다.

정정길 전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5년 동안 울산대학교 총장을 역임하며 울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2010년 대통령실 실장(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으며 잠시 울산을 떠났지만 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을 지내며 울산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정 전 이사장으로부터 울산이 겪고 있는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정정길 전 울산대총장이 지난 2004년 2월, ROTC 임관장교 신고식에서 임관장교를 격려하고 있다.

-2003년 울산대학교 총장 부임 이후 지금까지 울산과 인연을 맺고 있다. 17년 전 당시와 현재 울산의 상황을 비교하면?

“2003년 처음 울산에 와서 2008년까지 울산대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울산의 경제가 한창 성장할 때였다. 상점들은 언제나 붐비고 사람들은 모두 활기찼으며,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을 어느 정도 즐겼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에 이미 음식점 등 영세 서비스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축소되고, 대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취업 준비에 허덕이는 등 울산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옛날보다 좋아진 것도 있다. 태화강의 대나무 숲과 공원을 비롯한 국가정원, 해운대에서 포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등 도로망 확충, 혁신도시에 들어찬 새로운 아파트와 공공기관들은 울산을 돋보이게 한다.”

-2008년 대통령실 실장을 역임하며 당시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 동참했다. 현재 신종코로나로 인해 밀려온 위기는 당시 못지않게 엄중한데, 그때와 현재를 비교하고 금융위기 극복의 주요 동력을 소개해 달라.

“2008년 시작된 경제 위기는 자금 부족으로 인한 기업의 연쇄 도산과 이로 인한 생산 감소, 고용 축소 등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됐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도 그때와 동일하다. 다른 점은 지금은 소비 활동 축소와 이에 따른 생산활동 축소 등으로 직접 실물경제 위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8년 당시에는 도산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실시, 기업을 회생시키는 데 주력하면서 수출 감소로 인한 생산 축소가 대량 해고로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 어쩔 수 없는 생산 축소와 고용 감소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서민계층을 돕기 위해 2009년도 국정방향을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로 정했다. 현재의 울산은 물론 한국 전체 경제는 2008년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본다. 사회 활동의 축소는 정치·문화·사회·교육 등 전 분야를 위축시켜 전면적인 타격을 가하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울산의 주력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들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울산시 차원에서는 지방의 상황을 중앙에 제대로 알려야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 중앙정부가 대책을 세울 때 울산의 주요 기업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목소리가 큰 쪽이 조용한 영세업자들의 몫을 가로채는 경우가 없도록 상황에 적합한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재 울산이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을 조언해달라.

“언제나 그렇지만 최고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벽부터 직접 모든 것을 파악하고 협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 결정도 정확했지만,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성과를 냈고, 당시 세계 많은 나라 중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했다. 아래의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실무자를 만나고 현장을 방문해 관찰하는 등 현실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도층이 유념해야 할 게 또 있다.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돼 경제가 수습단계에 접어들면 노사 갈등이 크게 재발할 수 있다. 울산의 지도층이 적극 나서 노사 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울산을 포함한 우리나라는 현재 세대·성별·정치성향 등에 따라 극심한 대립을 보인다. 이러한 분열을 포용하려면?

“세대·계층 간 갈등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지만, 현재의 한국에서 정도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압축 성장과 연이은 민주화가 너무나 짧은 기간에 이루어짐으로써 서서히 거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거의 동시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근본적 해결은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상대에게 적합한 예우를 해야 한다. 이것은 덕성교육의 문제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억울함이 없도록 사회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학자의 관점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성장동력 약화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고령화·저출산 문제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와 컴퓨터 사용의 증가에 따라 일자리가 서서히 감소될 것인데, 이는 막을 수 없는 추세다. 인구를 늘릴 생각을 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자리를 차지할 사람들이 울산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의 교육·보건의료·문화 여건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을 배출함으로써 이들이 울산에서 중요 일자리를 담당하는 기술 주도 세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장에서 느낀 예전 학생과 지금의 학생의 차이는?

“울산대학교에 처음 왔던 2003년과 비교하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정말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인생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학시절의 낭만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고, 친구들 간의 우정도 약해지고 있다. 지성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문적 소양은 옛이야기가 됐다. 입학하면서부터 취직 준비를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의 뿌리에 일자리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고, 학생들은 힘들지만 새로운 일자리 확보에 필요한 창의력 향상과 유연한 사고를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교육이 획기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울산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분간 힘든 생활이 계속될 것이 틀림없지만, 울산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좌절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기본이 탄탄하다. 그리고 풍광이 빼어난 산과 푸른 바다, 태화강 등 우수한 자연 여건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여기에 교육·의료·문화 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면 울산은 한 번 오면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로 확실히 자리 잡을 것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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