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흠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

누군가에게는 승리의 축제로, 또 누군가에게는 패배의 아픔으로 기억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지만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로 인해 이번 총선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 느낌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 4년을 책임질 300명의 선량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됐다.

다가오는 5월30일이면 이들 국회의원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국회의원의 왼쪽 가슴에 달게 될 금배지는 무게가 불과 6g에 지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책임과 의무는 결코 가볍지 않을 터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이라고 불리는 180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의 탄생이다.

반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사수한 수준의 참패를 당한 대표적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앞으로 국민과의 공감을 통한 새로운 보수의 가치 창출이라는 크나큰 숙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 20대 국회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진영논리로 인해 사실상 여야의 지리멸렬한 싸움 속에 ‘식물국회’의 오명을 쓴 탓에 다가올 제21대 국회는 새로운 품격을 보여주길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의민주주의의 최정점에 서있는 국회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품격은 무엇일까.

먼저 180석이라는 막강한 의회권력을 손에 쥔 집권 여당은 일방통행식 독주체제를 경계해야 한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쟁점법안을 설득과 이해의 과정 없이 표결로만 밀어붙일 경우 야권의 반발은 물론 자칫 국민적 실망과 상실감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40% 가량의 국민이 지역구에서 야권에 지지의사를 밝힌 점을 여당은 깊이 인식하고 다수를 위하되 소수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힘이 약해진 보수야당 역시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치방식을 벗어나 이젠 새로운 방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당의 발목잡기식이라는 국민적 불신과 오해를 씻기 위해서라도 이젠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과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전국적으로는 집권여당이 압승을 이뤄냈지만 우리 울산만을 두고 보면 다시 한 번 보수진영이 시민들의 선택과 믿음으로 기회를 얻었다.

전체 6석의 의석 중 1곳을 제외한 5곳에서 보수야당의 후보가 선택받은 만큼 이제 울산은 보수진영의 새판짜기에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 시민들은 울산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바이러스 공포로 초래된 심각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바라는 간절함이 이번 선거로 표출된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이제 울산의 정치권은 지역발전을 위해선 여야가 따로 없다는 각오로 초당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정부가 함께 손발을 맞춰 경제회생을 비롯한 산적한 난제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제21대 국회가 앞으로 주어진 4년이란 시간동안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출발대 앞에 섰다. 비록 정치이념의 대립에선 적으로 맞서더라도 국운융성을 향한 정책대결에서는 선의의 ‘동지’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받고 싶어 하는 존경과 권위는 스스로 선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행동과 품위, 아껴보고 배울 점들로부터 자연스레 얻어지고 체득하게 되는 과정이다.

더 이상 국회가 특정정당의 이익과 정치이념 대립의 장으로 변질돼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의 아픔을 등한시하는 동떨어진 공간으로 전락해선 안된다.

이해와 공감, 상생과 협치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제21대 국회를,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한사람이자, 국민의 일원으로 간절히 소망해 본다.

박경흠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