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인 분위기서 운동
상대팀 호수비에도 칭찬
작년 최하위서 올해 1위

▲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롯데 경기에서 9회 말 롯데 민병헌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달라진 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지난 13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에서 있었다.

롯데는 7대8로 뒤진 8회 말 이대호의 우중월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안치홍의 중전 적시타로 9대8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한동희는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 끝에 맞은 타구는 롯데가 더 달아날 수 있는 적시타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우익수 안권수가 그림 같은 호수비로 잡아냈다.

롯데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안권수가 슬라이딩 캐치 과정에서 공이 그라운드에 닿기 직전, 글러브 안쪽으로 건져내는 장면이 느린 화면에 확실하게 잡혔다.

두산에 1점 차 승부를 이어가게 만든 결정적인 호수비였다.

더그아웃에 있던 이대호는 추가 득점을 놓친 걸 아쉬워하면서도 상대의 호수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대호는 안권수를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옆에 있던 노경은은 큰 박수를 보냈다.

경기 그 자체를 즐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안권수의 호수비로 기사회생한 두산은 9회 초 오재일의 벼락같은 솔로포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까지 끝을 알 수 없던 이 날의 명승부는 롯데가 민병헌의 9회 말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짜릿한 10대9 승리를 낚았다.

민병헌은 경기 뒤 “프로 15년 차이지만 이처럼 자율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모두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삼진을 당해도 상대가 잘 던진 것이라고 인정하고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투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잘 던졌는데 상대가 잘 쳤다고 한다. 감독님께서 가장 주문하신 부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끝내기 홈런 역시 마찬가지다. 민병헌은 “9회 말 선두타자라 기다려야 할지, 휘둘러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냅다 휘둘렀더니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최하위에서 올 시즌 개막 초반 6승 1패의 대반전을 일으킨 롯데의 변신을 두고 많은 전문가가 그 원동력으로 달라진 팀 분위기를 꼽는다.

롯데는 뒤지는 상황에서도 더그아웃에 활기가 넘친다. 앞선 타석과 이닝에서 부진했던 선수도 자책하는 대신에 상대가 잘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부정적인 기억을 빨리 털어내고 다시 시작한다.

전날 패했다고 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주장 민병헌과 전준우, 이대호 등 베테랑 선수들이 앞장서서 응원하고 격려하자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동참한다.

롯데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으로 변모한 데에는 이러한 달라진 팀 분위기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개막 5연승에 성공한 뒤 선수들에게 “지금 너무 잘 즐기고 있다”고 칭찬했다.

선수들에게 잘해서가 아니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고 칭찬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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