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식 변화로 가족관계도 다양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돼야 건강한 가정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집에 머물러 가족간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부부간의 다툼이 많아졌다고 한다.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최근 미국 영국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이혼이 늘어나고 중국에서는 가정폭력도 많아졌다는 뉴스가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지 못하나 변호사들의 업무에서 이혼 상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은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불만과 갈등이 터져나온 것이거나 아니면 평소 알지 못하였던 상대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직 등 금전적 문제가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겠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제 가정의 중심인 부부간에 일어나는 불화의 원인이 비슷해지는 것은 아닌지.

얼마전 한 법원에서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오랫동안 폭행을 당하여 제기한 이혼소송에 대해 졸혼하라’는 임의조정 결정을 하였다. 혼인상태는 유지하되 별거하고 각자 배우자로서의 의무가 없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연예인의 졸혼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지만 앞으로 법원에서 졸혼을 인정하게 될지는 지켜 볼 일이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衫山由美子)가 <졸혼을 권함>에서 제시한 것처럼! 우리 법에서는 법률적 이혼을 인정하고 사실혼관계를 일정 범위에서 보호할 뿐 졸혼 규정은 없다. 다가오는 노령사회에서는 법률상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간에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의 결혼하지 않으려는 풍조에 못지 않게 결혼 후 얼마되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나 황혼이혼 등이 계속 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을 중시하는 전통적 분위기는 옅어지고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었다. 얼마전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게이바클럽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바람에 주춤하던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는데, 언젠가 이야기 들은 ‘번듯한 전문직의 남성이 결혼초부터 무슨 취향인지(!) 게이바를 계속 다녀 신부가 놀라 이혼했다’는 사연이 실감난다.

가정법원 하면 먼저 이혼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연륜이 짧지만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늦게 2년전 개원한 울산가정법원을 거쳐간 사건도 꽤 있을 것이다. 2014년 무렵 울산가정법원 도입 관련 개정법률 공청회에서 발표된 글에 ‘울산은 타 지역에 비해 이혼율이 높으므로 가정법원을 신속하게 설치해야 한다’는 논거가 제시된 적이 있었다. 기업체가 많아서 근로자들이 야근하는 시간대에 주부들이 유흥업소에 가고 탈선이 생겨 이혼율이 높다는 취지였다. 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고향이 울산으로서 그 무렵 가정법원 유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였던 필자에게 그 논거에 대한 느낌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부의 날도 있다. 사랑, 믿음, 배려와 존중, 희생 등의 미덕은 가정을 견고하게 보호한다. 모든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이 건강가정이다. 부부간 균열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늘어나는 한부모 가정, 1인 가구 등의 모습은 가족 해체의 가속화를 보여준다.

행복의 조건 중 화목한 가정이나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아쉽게도 가정의 기초인 부부관계가 파탄된 경우 탈출구는 이혼이든 졸혼이든 혼인의 해소일 수 밖에 없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또 다른 비극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에 냉소적이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가겠다는 청년이 있었다. 여성은 감동하여 결혼하였고 현재 그 남자는 지옥을 헤매고 있다’는 글이 머리를 친다. 글에서 남녀의 위치를 바꾸어도 은유는 동일하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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