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영 학성동물매개치료센터장

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지만, 곧 출석 개학으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학년과 학기가 시작된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시작에 설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작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의 영향으로 일부 아동·청소년들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 대해 불안, 공포, 혐오,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토로한다. 가해학생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피해학생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며 폭력의 형태와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각 가정에서도 자녀들을 위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학교폭력 예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1월15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4차 기본계획 추진방향의 5대 정책영역 중, 5번째에 해당되는 전사회적 학교폭력예방 및 대응생태계 구축 영역에 따르면, 가정의 교육적 역할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아동·청소년의 ‘부모’,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관계는, 자녀가 성장하고 심리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관계이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은 관계 형성의 중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 간의 간극을 줄이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감대 형성’이다. 이를 위해 부담 없이 서로가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주제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 ‘동물’은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친근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자, 어른들에게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다. 특히 동물과의 교감은 친사회적 행동의 증가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기능의 조정과 긍정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 형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낌으로써 자아 존중감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서, 자녀와 부모 사이에 이루어지는 동물교감 활동이 그들에게 미칠 결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광역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2015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관계 향상 프로그램으로 ‘동물교감 힐링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대화의 시간도 늘어나게 되었다. 동물과의 교감으로 모두가 ‘힐링’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대상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소통이 폭력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동물교감 활동을 아동·청소년들에게 제공하여 공감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폭력성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물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공감능력이 길러진다. 즉, 동물과 상호작용을 많이 해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정서적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감하는 능력 또한 좋아진다.

2019년 뉴욕시에서는 봉사단체인 라이징 그라운드(Rising Ground)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치료견(Therapy Dog)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불안정한 청년기를 이겨내고 성인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에 대해 스스로 깨달으며 안정화된 영향을 주기 위해 고안되었다. 병원, 요양원, 학교, 도서관, 호스피스 또는 재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애정, 위로와 같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훈련된 개로 일컫는 치료견(Therapy Dog)과 청소년들을 매칭하여 수개월 동안 함께 활동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귀여운 동물과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서는 안정과 기분을 향상시켜 주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또한 서로 주고받는 대화와 칭찬을 통해 신뢰와 정서적 유대의 호르몬이며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부모가 동물교감 활동을 자녀와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다.

성소영 학성동물매개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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