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에게 트렌드는 전략자산
직접 경험은 대세를 읽는 지름길
‘코로나19’로 완전 달라지는 세상
‘뉴노멀’ 미래 흐름 연구 서둘러야

▲ 정연후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옷사러 백화점에 가면 서로 다른 브랜드인데도 매번 공통된 스타일이 있다. 공기청정기나 정수기도 그렇다. 스마트폰은 카메라렌즈 개수조차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흡사하다. 자동차도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다들 닮은 모양새다. 온갖 잡지, TV,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제일 ‘핫’한 내용은 헤어스타일, 패션, 카페, 맛집, 여행지, 심지어 개그코드계의 ‘요즘 유행하는 인싸’다.

트렌드(Trend)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행, 흐름, 대세를 뜻하는 ‘트렌드’는 우리 삶에 필수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하는 틀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갖지 못하면, 사소하게는 패션이 촌티나는 사람이 된다. 중간 정도로는 소위 ‘감’이 떨어지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크게는 환경변화에 뒤쳐져서 업무나 연구가 동떨어지고 사업이 망하거나 생존이 위태로운 사람이 된다.

사회-문화-경제-기술 영역의 변화 양상과 영향력의 지표가 트렌드다. 그래서 삼성경제연구소는 물론 맥킨지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이 항상 혼신을 쏟는 분석이 트렌드다. 이처럼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트렌드는 큰 전략자산이다.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은? 문헌 섭렵이라는 방법이 있겠다. 데스크탑 리서치로 그 분야 뉴스를 챙기고, SNS에 매개한 정보습득도 트렌디해지는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연 직접 경험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먹어 봐야 아느냐’는 우리 격언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높은 통찰력’을 찬미한다. 하지만 트렌드에서는 직접 찍어먹는 경험을 통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해야 진짜를 안다. 트렌드 파악에 어울리는 격언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겠다.

필자가 자동차 기업 재직시절, 새 고급차 디자인 개발을 시작할 때면, 사용자 일상생활을 경험하는 트렌드 출장 프로그램을 선행했다. 북미지역 대도시 부유층의 의식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체득한 감각들은 고스란히 해당 디자인에 녹아 들었다. 얼핏 경쟁차 데이터 자료와 부유층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정도면 충분할 수도 있는 트렌드 리서치에, 기업이 많은 예산을 쏟아 연구개발자 수십명을 몇주동안 초특급 호텔에 묵게 하고 고가 차량과 값비싼 음식을 경험하게 하는 이유는 트렌드를 직접 체득시켜 얻는 결과물이 훨씬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직접경험’의 위력은 타 영역에도 똑같다. 디자이너가 트렌드 파악을 위해 데스크탑 리서치를 넘어 새로운 장소와 대상을 찾아 직접 경험하듯, 과학-공학에서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실험하며 데이터를 얻고, 수학에서도 직접 계산하며 수식을 입증한다. 이처럼 어떤 분야 무엇이건 트렌드 파악을 위한 제1 방법은 직접 경험이다. 그리고 넘겨짚기는 금지다. 트렌드는 결코 옛 경험에 기반한 감떨어진 넘겨짚기로는 안 된다. ‘나는 다 아는데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는 절대 입밖에 꺼내지 마시라. 당신이 트렌드에 뒤떨어진 ‘꼰대’임을 ‘직접 증명’하는 꼴이다.

사실 트렌드-꼰대 타령에 시간 쏟을 여유가 없다. 우리가 온몸으로, 온세상이 직접 몸서리치게 경험 중인 ‘코로나 트렌드’가 가져다 줄 ‘뉴노멀’의 미래 트렌드를 연구할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니까.

정연후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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