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측 市와의 업무협의서

매각설에 대해선 일단 부인

신속한 사업 추진 요구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강조

명확한 답변 피해 포기 우려

롯데그룹이 관광 절벽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 유통 계열사와 롯데호텔 등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울산 북구 강동관광단지의 핵심선도시설인 ‘강동리조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울산시가 롯데의 실무진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롯데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롯데의 진짜 복심에 관심이 집중된다.

울산시는 지난주 롯데건설을 방문, 강동리조트 실무자들과 만나 업무협의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업무협의는 전례없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롯데가 기업의 생존권 차원에서 강동리조트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협의에서의 중점 사안은 ‘매각설’과 ‘사업의 추진의 진정성’에 집중됐다. 강동리조트 매각설은 시중에서 끊임없이 나고 있다. 울산시는 사실관계를 요구했고, 롯데는 “실무자들 선에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지 않았다. 리조트 매입을 원하는 쪽에서 매각설을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사업의 신속한 추진 요구에 대해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있다. 실무진에서 경영진에 말을 꺼낼 수 있는 사정이 아니다”며 “어렵지만, 기회가 되면 경영진에 어필해 보겠다”고 했다. 울산시는 “울산외곽순환도로 건설 확정, 뽀로로테마파크 본격화, 강동골프장 착공, 강동해안공원 추진, 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 준공, 안전체험관 조성 등 사업여건이 크게 개선된 점을 경영진에 부각해 줄 것”을 실무진에 당부하면서 업무협의는 마무리됐다.

매각설에 대한 해명이 부족한데다, 사업 추진의 여부 또한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점에서 롯데 행보가 어느때보다 소극적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롯데가 구상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를 더욱 뒷받침 한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그룹사에서 추진한 인근 관광단지와 사업과 중복되고, 장기간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변화된 사업 환경에 맞는 경쟁력 있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며 울산시를 안심시켜왔다.

롯데건설은 이미 여러차례 사업 추진과 철회를 반복한 바 있어 지역사회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롯데건설은 당초 2007년 2월 공사에 착공했지만 공정 37% 상태인 2009년 6월 공사를 중단했다. 7년 뒤 2016년 2월 ‘올해 여름 성수기 전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사업규모는 당초보다 대폭 축소돼 리조트는 지상 29층에서 13층으로, 건축면적도 기존 9만9958㎡에서 6만7599㎡로, 객실수도 598실에서 294실로 축소됐다. 그러나 그나마 탄력이 예상됐던 공사 역시 곧바로 다시 중단돼 지금까지 방치되면서 강동권의 대표적인 흉물이 됐다. 롯데는 지난해 3월 강동리조트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새로운 방안을 울산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라는 여론의 홍역을 겪으면서 백지화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또다른 울산 현안 사업인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도 전면 재검토(본보 5월14일자 1면 보도)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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