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수 개인택시기사

이번 21대 총선결과를 지켜보면서 내 눈과 귀를 의심해 본다. 왜 나만 이런 결과를 예측 못했을까 하는 참 어리석은 생각도 드는 것 같다. 선거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집권당과 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미 경험한 결과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선거 며칠 전에 모 방송국기자가 길거리에서 유권자 한 분과 인터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마음의 결정을 했느냐고 물으니 그 유권자가 하는 말이 아직 며칠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부동표는 투표의 가치를 상실하고 올바른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 민주국민이라면 국가관과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고 나라의 현실을 걱정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즉흥적으로 선거 당일 OX문제를 풀듯이 임한다는 것은 나라를 망치고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다. 이번 총선 결과 모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당이 잘해서가 22%고 야당이 못해서가 61% 라고 한다. 다시 말해 여당압승은 잘해서가 아니고 야당이 잘못해서 덤으로 얻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투표자의 30%는 후보자의 공약을 모른다고 했고 또 후보자 이름도 모르고 찍은 투표자가 13%라고 한다. 이런 부동표가 43% 정도가 되니 어찌 올바른 민의를 반영한 선거결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원인들이야 많겠지만 우선 미래통합당은 불의의 사고로 조실부모한 결손 집안이나 마찬가지다. 종가집안이 풍비박산 상태에서 자중지란은 물론이고 무슨 체통과 질서가 있겠는가. 오직 국민들의 깊은 이해와 따뜻한 사랑의 손길만이 재기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겸허히 받아드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위주로 변한 것이 표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3040세대들은 정서가 단순하고 무지하다는 어느 후보자의 말이 막말로 치부되고 이는 전후(戰後) 3세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국가는 역사의 바탕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개인은 과거의식이 살아 있어야 현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3040세대들에게는 이런 정서가 꼰대의식으로 치부되고 괜히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단지 현실위주의 단순논리만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미래통합당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제, 탈원전, 헌법기관 장악, 준연동형선거제, 공수처법 등을 막기 위해 싸웠지만 결국 국정발목잡기로 폄하되고 말았다.

지난번 준연동형선거제 입법과정에서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는 미래통합당을 배제시키고 군소정당들을 꼬드겨 4+1로 통과시켰다. 그러자 미래통합당이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하여 비례정당을 만들었더니 꼼수정당이라고 치부했다. 한치 앞도 모르고 선거법을 통과시키더니 뒤늦게 발목이 잡힌 민주당이 여기 질세라 따라서 꼼수정당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정의당을 토사구팽한 것도 여당의 꼼수에 분별없이 놀아난 군소정당들의 책임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이야 말로 코로나 정국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 민주당의 천운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은 깡그리 묻혀버리고 누가 인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진영 패싸움으로 끝난 선거가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43%의 부동표를 덤으로 껴안은 민주당 ‘묻지마 투표’의 실상이라 하겠다. 선거는 끝났다. 부디 민주당은 압승에 취해 오만하지 말고 겸손과 포용력으로 국민들을 껴안아야 한다. 20년 장기집권의 야욕을 버리고 국방을 튼튼히 다지고 경제 살리기에 걸림돌이 되었던 그동안의 법안들을 과감히 개정하는 결단이 최우선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변종수 개인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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