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영 중부도서관장

장미 향기가 코 끝에 스미는 아름다운 계절 5월이다. 지천이 연녹색의 푸릇푸릇 신록의 향연.

자연은 참으로 정직하다.

그러나 해마다 오는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우리네 눈도, 마음도 올해만큼은 참으로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그간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상적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한꺼번에 삼켜버린 무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 아닐까싶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발병하기 시작한 이 새로운 유형의 전염병은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점점 확산돼 지난 3월 들어 결국 전 세계로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WHO는 3월11일, 역사상 세 번째로 신종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현황을 집계하는 코로나 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남미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37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는 26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감염자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의료진은 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현장에서 많게는 2시간 넘게 감염 환자들과 격리된 병실과 병동에서 신종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묵묵히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의료진과 우리 국민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 수칙을 잘 지키는 등 높은 국민의식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블랙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지역사회 거리두기에서 생활 방역체제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일상 생활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딛는 모습이다.

그간 울산 공공 도서관들도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문을 닫고 비대면으로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나 운영을 못 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조심스레 도서관 문을 열고 시간대별 인원 조정이나 사전예약제 등을 통해 부분적인 운영에 들어가면서 이용자 맞이하기에 분주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37년 동안 사서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에서 이용자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던 그간의 시간들이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로 인해 몇 개월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내 삶의 터전인 이 곳 도서관 생활이, 그리고 가끔씩 얄밉게 굴던 이용자들조차 이렇게나 그리웠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도서관 사서는 고생을 사서 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는 옛 말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용자 앞에서 ‘사서’는 가장 빛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느끼는 건 분명한 사실이리라.

항상 감사하는 맘으로 도서관에서 업무에 임하고 있지만 요즘은 더 많은 감사함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생활한다.

올해는 봄이 우리 곁에 왔음에도 ‘봄이 그립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봄이 그리웠다. 주민들이 자기계발과 학습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도서관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향기롭고 달콤한 라일락 꽃향기를 찾아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면서 이 아름다운 계절 5월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언제쯤 올까.

그런 멋진 시간들을 그려보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록으로 푸르른 날, 오늘도 필자는 우리 도서관의 올해 신규 사업으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두었던, 곧 시행할 전통시장 내 책수레, 책 나눔 행사 계획서를 두고 직원들과 함께 분주한 오후를 보낸다.

“곧 만나요. 이용자 여러분, 설레는 맘으로.”

박미영 중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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