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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정두영의 마음건강
[정두영의 마음건강(5)]혼란의 시기에 필요한 소통과 공감최근 사회이슈 된 사건들을 보며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 다시 인식
해명보다 피해자입장부터 돌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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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1  2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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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정신건강 문제들이 사람 사이의 소통에서 발생합니다. 주로 상대가 나를 대하는 방식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요즘처럼 사회적 주목을 끄는 사건에서 간접적으로 느낀 피로감으로 인해 예민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이천 화재사고 합동분향소에 방문한 전 총리는 유족들의 제도 개선 요구에 ‘현직이 아니라 유족들의 개선 요구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화가 난 유족들에게 ‘일반 조문객’으로 왔다는 얘기를 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공감이 부족했다는 비난에 대해 유가족의 아픈 마음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자신이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마음이 급한 유족들에게 거짓으로 약속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전 총리도 난감했을 것입니다. 부족한 점을 꼽자면 일반 조문객으로 방문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유족들의 마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측이 빗나간 부분입니다. 미리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안을 찾아서 ‘현재 총리도, 국회의원도 아니라 부족하지만 이런 대책들을 알아보겠다.’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조문 후 공감이 부족했다는 비난에 대해 자신이 현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방어하기 보다는 유족의 아픔을 덜어주지 못한 점을 공감하는데 집중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스타 요리사의 연인으로 등장한 프리랜서PD가 과거 학교폭력 논란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커플이 동시에 함께 사과문을 올리며 ‘사실 여부를 떠나’라는 표현을 쓴 것과 추가 피해 폭로로 인해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억울함에 힘들어하던 신부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가게 되었고, 가족은 사과문으로 인해 허위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피해자 혹은 시청자와의 소통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만약 일부나마 학창 시절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피해자와 공감적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허위라고 생각했다면 ‘사실 여부를 떠난 사과문’은 어떤 방향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하면서, 앞으로의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라면 학교폭력으로 인해 힘들었을 마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함께 개인적으로 만나 오해를 풀어보자고 제안했으면 양측의 갈등이 조금이라도 더 잘 풀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40대 남성교사가 1학년 학생들에게 팬티 빨래를 시키고, ‘섹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외모평가를 반복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는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이 아쉽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부모가 직접 연락할 생각을 했더라도 혹시 자신의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대편을 생각하고 속옷이 아니라 양말을 빨아도 되니 의견을 달라고 이야기를 하였으면 어땠을까요. 그러면 다른 의견들도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교사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얼굴이 까무잡잡해 섹시하다고 답글을 달았는데 그걸 성적 표현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성적 표현 이전에 인종과 외모에 대한 언급은 칭찬의 의도였더라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나이, 지위, 힘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상대의 불편함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이중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어 코뼈를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게 된 원인 중에 몸을 다친 부분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머슴’이라는 단어나, 사표 요구, 혹은 사건과 관련 없는 장해 진단서와 함께 쌍방폭행의 피해를 주장하는 입주민의 문자메시지가 그를 가장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정을 느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입장과 경험에 영향을 받습니다. 난감한 요구를 경험했던 사람은 전 총리에게,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유족들의 입장에 공감했을 것입니다. 허위사실로 고생했던 사람은 프리랜서PD에게, 학교폭력을 경험했던 사람은 폭로자에게 마음이 쓰였을 것입니다. 교사와 경비원 사건에서도 각자 자신의 경험으로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코로나19로 가까운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소통을 연습해보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위한 좋은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정두영 UNIST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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