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동화작가

사람살이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밥벌이가 그 무게감의 으뜸이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이 관계형성이다. 물론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다. 밥벌이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원만한 인간관계에는 상대와의 이해가 얽혀 있다. <실금 하나>(정정화, 산지니)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여덟 편의 단편이다. 하나 같이 군더더기나 작은 오류도 없이 매끄럽다. 촘촘하고 깔끔한 문장도 매력적이다. 흡인력이 강해서 편안히 읽힌다. 덕분에 주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듯하다. 언뜻 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인데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심리묘사도 탁월하다. 여덟 편이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주제는 비슷하다. 신실함만이 좋은 관계형성의 뿌리임을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풀어냈다.

‘실금 하나’는 표제작이다. 실수로 긁은 자동차의 실금 하나가 이혼으로 이어진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사실 자동차에 낸 실금 하나 정도의 상처는 아주 사소하다. 눈에 띄지도 않아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고작 실금뿐인 것을 헤집어서 생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화자인 남편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경제력을 무기로 아내의 실수를 타박하고, 아이들의 잘못을 아내의 관리소홀로 치부하는 남편들. 성공의 관점을 부(富)의 축적으로 가늠하는 동안 아내와의 사이에 생긴 실금 같은 갈등이 건너지 못할 강으로 벌어진다는 걸 모르는 그들.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은커녕 이해조차 하려고 들지 않는 자신의 감정적 인색함이 이혼의 원인이란 걸 끝내 알지 못하는 답답이. 그 무딘 감성이 안타까운 이들이다.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나 성격이 다를 뿐이다. 부부나 연인, 직장에서의 인연들, 혈연에 이르기까지 사람살이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다양하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사람사이의 문제들도 시작은 아주 사소하다. 그럼에도 종종 상처를 입는 쪽이 생긴다. 실금이 종당에는 커다란 균열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거짓으로 치장된 사회라 해도 신실함은 사회질서의 근간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곧잘 잊고 사는 이 사실을 일깨워 준 실금 하나. 읽는 동안은 무심중에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실금을 긋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본 시간이었다. 장세련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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