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법 접근성 향상과 사법 서비스 질적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된 지 23년이 지났으나 고등법원 또는 그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지 아니하여 사법 접근성에 많은 제약이 있어 왔고 사법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지역의 사법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과 단체가 합심하여 부산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2020년 5월21일 개최한 대법관회의에서 원외재판부 설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원외재판부는 고등법원에서 담당할 항소심 사건들을 재판당사자들의 권익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등법원 소재지 이외 지역의 관할 내 지방법원에 설치 운영되는 재판부를 말한다. 고등법원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소재하고 그 원외재판부는 제주, 전주, 청주, 창원, 춘천에 설치되어 오다가 2019년 3월1일자로 수원고등법원과 인천 원외재판부가 추가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울산은 고등법원 또는 그 원외 재판부가 없는 유일한 광역시가 되면서 대표적인 사법 소외지역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동안 울산시민들은 합의부 항소심 재판을 부산고등법원에서 받아 왔다. 이로 인하여 부산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간과 경비의 문제, 변호사 선임에 대한 정보부족, 타 지역 변호사와 법률서비스 이용에 따른 이질감과 심적 부담, 상시 법률상담 곤란 등의 애로와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늦게나마 원외재판부가 지역에 설치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의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에 대한 노력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간유치위원회를 결성하여 고등법원 원외재판부와 소년재판부 설치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여 오다가 2012년부터 가정법원 유치활동을 병행하여 추진하였다. 이로 인하여 2014년 10월에 소년재판부가 설치되고, 2018년 3월에 울산가정법원이 개원하는 성과를 이루었으나 안타깝게도 고등법원 울산 원외재판부는 많은 시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유치성과를 이루어 내지 못했었다.

민선 7기가 들어서면서 2018년 11월 시민과 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울산광역시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위원장 신면주)」를 재구성하고,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하였다.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는 2019년 3월 대법원에 유치건의서를 전달하고 원외재판부 설치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협력에 힘입어 당초 계획목표를 훨씬 넘어선 무려 16만여명이 원외재판부 유치 서명에 참여하였다. 이와 더불어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하여 지역 국회의원과 유치위원들도 울산 원외재판부 설치 당위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알리고 대법원을 설득하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하여 왔다.

유치위원회는 2019년 11월 지역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울산 원외재판부 설치를 위한 청원서를 시민 16만여명의 서명부와 함께 대법원에 제출하였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자문회의를 2020년 1월에 개최하여 울산원외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인정하였고, 2020년 2월 25일자로 울산 원외재판부를 2021년 3월1일부로 설치하여 개원하는 것으로 「고등법원 부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의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 규칙을 입법 예고하게 되었다. 이 규칙은 2020년 5월21일 대법관회의에서 원안가결로 확정되었다.

사법구제는 권리침해를 받은 사람의 최후의 권리구제 수단이다. 사법적 접근성의 제약 등으로 시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결코 침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부산고법 울산 원외재판부 설치는 사법의 접근성 향상을 통하여 항소 포기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어 권리구제에 있어서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고, 지역 사건이 지역 내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어 재판과정에서 지역의 여건과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고, 재판관들이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져 보다 공정한 재판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소심 재판 건수의 증대는 지역 사법수요 증가로 이어져 지역 법률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실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고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결실이다. 앞으로도 지역의 단합된 힘으로 한층 더 나은 울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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